Project Description

[한문덕 목사] 너는 가능성이다 – 2024년 9월 29일

창세기 121, 221-2, 에베소서 610-20

[회자정리(會者定離)와 애별리고(愛別離苦)]

오늘 저는 생명사랑교회 담임목사로서는 마지막 설교를 합니다. 마지막이라고 해서 뭐 대단한 설교가 나올 리 없고, 그저 지난 8년 11개월의 목회를 되돌아보며 떠오르는 생각들을 담담하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오늘 설교는 어쩌면 소소한 간증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불교는 태어나는 것부터 늙고 병들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삶은 온통 고통의 바다(一切皆苦)라고 말합니다. 대표적인 고통을 뽑아서 여덟 가지로 말하는데, 그중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고통(愛別離苦)과 싫어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하는 고통(怨憎會苦)이 있습니다.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온 첫 담임목회지인 생명사랑교회는 이제 막 생겨나서 비록 물질적 토대가 약하고 작고 여린 공동체였지만, 교회를 새롭게 하고자 하는 뜻만큼은 소중하고, 교회를 살리려는 열정이 넘치는 풋풋한 공동체였습니다. 생명교회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생겼던 상처들이 있었고, 앞으로 또 비슷한 일들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다소 있었지만, 그러하기에 우리 교인들이 더욱 한 마음이 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주변에 늘 자랑하는 것이지만, 생명사랑교회 교인들의 전체 특징은 “몸이 빠르다.”는 것입니다. 말이 앞서고 몸은 움직이지 않는 입만 살아 있는 교인들이 거의 없고, 너나 할 것 없이 일이 주어지면 최선을 다합니다. 그런 마음이 있기에, 당회 중심의 목회 구조를 목회운영위원회 구조로 바꾸고, 평신도 중심 사역이라는 목표를 내세울 수 있었고, 또 적절하게 해 낼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 우리 교인들의 큰 장점은 누구 하나 꼬인 마음, 틀어진 생각으로 몽리를 부리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비일비재하게 겪는 일은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다 눈 흘기는 일들입니다. 자기 마음 하나 추스르는 것이 쉽지 않기에 사람들은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하곤 하는데, 우리 교회에서는 그런 분들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게다가 바울 사도께서 말씀하신 대로 나보다 남을 더 낫게, 훌륭하게 여기는 마음들이라, 초보 담임목회자인 제가 목회하는 동안 쓸데없는 일로 상처를 받거나 주는 일이 없었습니다. 덕분에 생명사랑교회에서의 목회는 싫어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야 하는 고통은 없었습니다.

[네 자신을 위해 떠나라! <레크 레카לֶךְלְךָ>]

이제 제게 남은 고통은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지는 고통입니다. 저는 제가 사랑하고 아끼는 교회를 이번까지 합쳐서 모두 다섯 번을 떠나야 했습니다. 첫번째는 고향교회인 교하교회입니다. 초중고 시절과 신앙에 대한 열정 가득한 청년 시절을 보냈고, 예수님 곁에서 예수님과 함께 예수님의 사랑으로 살겠다고 다짐하며 정말 온 정성을 다해 섬기고 봉사하던 교회를 떠나야 했습니다. 신학을 전공하고, 교인이 아닌 목회자의 삶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뒤늦게 신학을 하기로 마음먹고, 원로 목사님을 찾아뵈었었는데, 목사님의 첫 조언은 교하를 떠나 다른 교회에서 목회 경험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교인의 삶을 떠나 목회자인 교육전도사로서 첫 시무를 한 교회는 두번째 교회인 백석교회입니다. 저를 가르쳐주신 목사님이자, 중학교 선배이기도 하셨던 담임목사님께서 저를 불러 주셨는데, 처음에는 낯설고, 어려워서 별말도 없이 꾸역꾸역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그런 저를 두고 교인들은 “왜 우리 전도사님은 저렇게 조용하냐?”는 말들을 하였지만, 나중에는 정 반대가 되었지요. 동네 중고등학생들을 전부 전도했고, 그 학생들과 공부도 하고 축구도 하면서 교회는 날로 부흥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3년 교육전도사로 사역하고 또 떠나게 되었습니다. 목사님도 만류하고 온 교우들이 붙들고, 교회를 평생 지켜오신 노(老) 장로님은 무슨 어려움이 있냐면서 상담까지 하셨지만, 저는 당시 한문 공부를 하고 있었고, 또 다른 목회를 배울 필요가 있었습니다. 고향교회와 백석교회가 모두 시골의 작은 교회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도시에 있는 중형교회이면서 우리 교단의 신학과 목회를 가장 잘 보여주는 교회에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향린교회로 갔습니다.

당시는 한문 공부 중이어서 평신도였는데, 이내 신학대학원에 입학하고 교육전도사에서 목사 수련생, 부목사까지 12년을 향린교회에서 목회하였습니다. 그곳에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목회와 신학에 대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시도하고 실천했습니다. 향린교회에서의 사임도 만만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음이 착하신 담임목사님은 마지못해 허락하셨지만, 당회와 제직회에서 난리가 났고, 권사님들이 저를 붙들고 하소연하셨지요. 그러나 당시 저는 신학박사 학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한편에 있고, 다른 한편에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신학을 하기로 마음먹고 쉬지 않고 달려온 세월이 15년이 훌쩍 넘었고, 이런저런 일로 많이 지쳐 있었기 때문입니다.

향린교회를 떠났는데 5-6명 출석하는 작은 교회에서 설교 목사로 와 줄 것을 부탁받았습니다. 마음 여린 저는 거절을 못하고, 1년 2개월 동안 설교하고 생명사랑교회로 오게 되었습니다. 담임목회자로 오는 것이기에 설교 목사로 있던 신촌교회의 교인들은 저를 놔줄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 그 교회는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이제 저는 또 생명사랑교회를 떠납니다. 지난 8월 18일에 사임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말씀드렸지만, 저 하나 생각한다면 이곳에 남아 있는 것이 더 안정적이고 좋습니다. 은퇴할 때까지 목회 계획도 다 있고, 오히려 탄탄대로일 수도 있지요. 그러나 영광의 주님은 십자가의 주님이기도 하고, 기적의 복음은 고난의 복음이기도 합니다. 지난번 문대골 목사님과 교회 어른들과의 식사 자리에서도 말씀드렸는데, 생명사랑교회에 올 때는 나도 살고 교회도 살려서 함께 살러 왔지만, 지금 향린에 가는 마음은 죽으러 갑니다. 저 하나 죽어서 혹시라도 많은 열매를 맺으면 다행이고, 그렇지 못하면 그냥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금요일 노회를 앞두고 강북시찰회 정기모임이 있었는데, 동료 목회자들께서 저를 위한 말씀을 많이 해 주셨습니다. 선배 목사님 한 분이 노회의 입장에서는 못 보내겠는데, 총회에는 도움이 될 테니 보낸다고 하시더군요. 제가 서울북노회를 떠나면서 놓는 사역이 다섯 개나 되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서울노회로 가면 주님께서 또 제게 무엇을 맡기실까요? 서울북노회 생명사랑교회 올 때는 기대와 설렘이 훨씬 컸고 도전정신도 가득했는데, 지금 서울노회 향린교회로 가는 저는 책임감과 부담이 훨씬 더 큽니다. 무슨 사역을 어떻게 해야 할 지도 사실 짙은 안개처럼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제가 향린교회에 간다는 소식을 들은 여기저기에서 벌써부터 제게 향린은 이래야 한다고 저마다 말씀해 주시고, 향린교회가 감당해야 할 사역들과 제가 나서야 하는 것에 대해서도 요청을 하시는데, 지금 제 머리 속은 백지마냥 텅 비어 있습니다. 손에 잡히는 것이 없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창세기의 말씀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셔서 명령한 부분입니다. 우리 성경 번역에는 그냥 “가거라”라고 되어 있지만, 히브리어 원문을 자세히 보면 두 번 다 “너 자신을 위해 가거라.”고 명령하십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은 한번은 부모와 고향을 떠나고, 두 번째는 자식을 떠납니다. 이 두 번의 상황 다 아브라함에게는 막막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지금의 저와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런 불확실성 속으로 너 자신을 위해 떠나가라고 말씀하십니다. “너 자신을 위해 가거라”라는 히브리어는 레크-레카인데, 유대인 랍비들은 이 말을 이렇게 해설합니다. “너 자신을 위해, 너 자신에게로, 너와 함께 혼자서 가거라.” 참된 신앙은 하나님 앞에 홀로 서는 것이며, 그렇게 하나님 앞에 서려면 우선 나의 깊은 내면으로부터 고유한 정신과 뜻을 찾고, 그 뜻으로 스스로 홀로 설 수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요구하셨던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신앙인의 삶을 살면서 끊임없이 물어야 하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지금 나는 존재의 근원이시자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과 얼굴을 맞대기 위해 나는 나 자신에게로 들어가서, 나 자신과 함께, 그 누구에게 기대는 것 없이 당당하게 홀로 서 있는가?” 신앙인은 인생의 중요한 결단과 선택 앞에서 언제나 하나님 앞에 홀로 서게 됩니다. 주님께만 묻습니다. 주님께서 하시는 답은 인간의 성대를 통해서 나오는 목소리가 아닙니다. 이것은 일종의 자기 대화이자, 자기 확신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얼마든지 인간의 불완전함, 욕망, 거짓과 잘못된 생각에 오염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존재의 근원이신 하나님에게로 깊이깊이 가보지 못한 사람, 자신의 깊은 곳을 뚫고 들어가지 못한 사람은 바람에 날리는 겨와 같아 늘 외부의 환경과 사람의 말에 흔들립니다.

그런데 내 생각이라고 하는 것도 가만히 성찰해 보면 다 남에게서 온 것입니다. 어릴 때 들었던 부모님의 잔소리, 학교 선생님의 말들, 이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관, 인간들끼리의 약속인 윤리도덕과 관습! 이런 것들이 전부 내 안에 가득 차 있고, 우리는 이것을 적당히 버무려서 “나”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편 우리의 삶은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혼자서는 살 수 없지요. 그러나 바로 그러는 가운데 참 나는 없어지고 우리를 뒤흔드는 것들 속에서 이리저리 방황하게 됩니다. 이때 정신을 차리려면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로 돌아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자리를 묻고 또 물어야 합니다. “주님! 나는 누구입니까? 저의 자리는 어디입니까? 주님! 저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주님! 저를 붙들어 주소서. 제게 지혜를 주시고, 주님의 길로 인도해 주소서.” 그래서 존경하는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도 늘 물었습니다. “주님! 제가 주님을 사랑한다고 할 때, 정말로 제가 사랑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모든 것이 은혜]

이번 설교를 준비하면서 9년 전 제가 생명사랑교회에 담임목사 청빙과정에서 제출했던 자기소개서와 목회 계획서를 다시 보았습니다. 자기소개서에는 제 신앙 여정이 빼곡히 들어 있었기에, 다시 한번 제 삶에 베풀어 주신 우리 주님의 은혜가 얼마나 큰 지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목회 계획서에는 이런 질문들이 있더군요.

1) 목회에 대한 당신의 소명과 목회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적어주십시오.

2) 목사후보생 또는 목사로서 교회와 노회, 교단에서 일했던 경험들을 적어주십시오.

3) 여러 가지 목회 영역 중에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적어주십시오.

4) 그동안 당신이 해온 목회의 형태(예를 들면 교육 목회, 위로와 상담 목회, 교회 성장 등)와 목회자로서의 다양한 역할 중{예를 들면 목자(위로․상담), 성직자(예배), 예언자(대사회적 활동과 선포), 교사(교육)} 당신은 어떤 역할을 주로 해 왔는지 구체적으로 적어주십시오.

5) 목회를 하면서 겪었던 문제 상황들을 적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적어주십시오

6) 교회의 다섯 가지 역할 즉 예배 기획, 설교, 교육, 친교, 섬김(선교와 봉사)에 대한 목회 계획을 자세하게 적어주십시오.(예를 들면 성도들의 신앙성숙을 위해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 가실 것인지에 대한 구상과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입니까? 지역사회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교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등)

7) 당신이 지원한 생명사랑교회의 성격과 비전과 사명에 대해 당신이 이해하고 있는 바를 간략하게 요약하고, 지원한 교회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 필요를 채울 수 있는 어떤 목회 계획이 있는지 적어 주십시오.

맨 마지막 질문에 대해서 저는 이렇게 대답을 했었습니다.

생명사랑교회는 “작지만 건강한 교회”, “평신도 중심의 사역”, “선교 사명에 충실한 교회”로 그 방향을 정하고 이러한 지향점들을 실천하기 위해 이미 지난 2014년 12월에 생명사랑교회 중장기 발전계획을 논의하였고, 그것을 지금 하나씩 실행하고 있습니다. 정관을 구비하고, 기존의 당회와 제직회 구조에 목회운영위원회를 설치하였으며, 신도회와 부서, 구역, 각종 소모임 등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전임 목회자 부재, 안정적 예배 장소의 확보, 신도 수 정체에 따른 재정과 활동의 한계, 교인 노령화와 일할 수 있는 젊은 층의 부족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있습니다.

따라서 제가 담임 목회자가 된다면 생명사랑교회의 교인들이 함께 의논해서 만든 이러한 모든 과정을 존중하면서, 교회의 지향성에 맞게 교회를 세워가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요청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교회의 세 중심 표어는 그 각각이 매우 장기적인 교육과 훈련이 있은 다음에 가능한 것들입니다. 예를 들어 평신도 훈련 없이 평신도가 사역할 경우, 특히 민주적 운영을 할 경우 민주적인 운영이 되기보다는 서로 상처가 되는 일이 많아지고, 활력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생명사랑교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위의 지향성을 실천해 낼 기초를 다지는 것입니다.

생명사랑교회가 현대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신앙과 신학의 괴리와 신앙과 실천의 괴리 사이를 줄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기존의 기독교 신학에 대해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들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기복신앙이라든가, 내세 중심적 구원론, 성서 문자주의,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선교 태도 등을 바로 잡는 일과,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교양을 쌓은 일이 필요합니다. 특히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청년들과 젊은 층들이 이탈하고, 지식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현상은 한국교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 때문입니다. 첫째 한국교회의 반지성적 “묻지마 믿음”, 둘째 목사와 교인들이 말로만 사랑을 말하고 실천하지 않음, 셋째 타종교와 한국의 문화전통, 전문가들의 인문학적 성찰을 무시하는 독단적 배타적 신앙태도, 넷째 청년들에 대한 교회의 무관심과 지나친 교회활동의 과부하, 다섯째 청년들을 위한 예배나 활동, 전문사역자의 부족 등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면 분명 청년들과 젊은 층들이 다시 교회를 찾을 것입니다.

교회의 기초를 회복한다면 안정된 예배 장소를 확보하는 일, 교인들을 돌보는 일과 더불어 사회선교 역량을 확충하는 일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우선 교회가 입지하고 있는 지역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야 합니다. 이것 또한 평신도 지도력이 확보된 이후에야 가능한 것입니다. 주체적 신앙을 지니고 이 사회에서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평신도 지도력의 확보가 지금 생명사랑교회가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과제이며, 위에 제가 목회경험과 계획에 쓴 대로 제가 생명사랑교회의 담임 목회자로 청빙을 받는다면 차분히 여기에 집중하면서 튼튼한 반석 위에 세운 교회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언젠가 제 후배 목사가 목회를 잠시 쉴 때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 목회하느라고 고생 참 많았다고 제가 위로와 격려를 해 주었습니다. 그때 그 후배 목사님의 답변이 제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 있습니다. “형! 목회를 열심히 하는 것만큼 잘하는 것도 중요하더라고요! 저는 열심히는 했는데, 잘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저도 지난 9년의 목회를 참 열심히 한 것 같습니다. 잘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 판단은 우리 주님이 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제출했던 목회 계획서를 지금 보니 제가 부임할 당시 생명사랑교회가 과제로 생각했던 것들은 열매를 맺은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입니다. “전임 목회자 부재, 안정적 예배 장소의 확보, 신도 수 정체에 따른 재정과 활동의 한계, 교인 노령화와 일할 수 있는 젊은 층의 부족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있었는데, 지금 우리 교회는 이 모든 것을 이루었습니다. 우리 교회가 튼튼한 반석 위에 기초를 놓게 된 것이지요. 앞으로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영적 싸움에서 생명사랑의 무기를 지니고]

오늘 우리가 읽은 에베소서의 본문은 제가 여러분들에게 해 드릴 마지막 조언의 말씀이 가득합니다. 제가 천천히 힘주어 또박또박 읽겠습니다.

끝으로 말합니다. 여러분은 주님 안에서 그분의 힘찬 능력으로 굳세게 되십시오. 악마의 간계에 맞설 수 있도록, 하나님이 주시는 온몸을 덮는 갑옷을 입으십시오. 우리의 싸움은 인간을 적대자로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통치자들과 권세자들과 이 어두운 세계의 지배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한 영들을 상대로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주시는 무기로 완전히 무장하십시오. 그래야만 여러분이 악한 날에 이 적대자들을 대항할 수 있으며 모든 일을 끝낸 뒤에 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진리의 허리띠로 허리를 동이고 정의의 가슴막이로 가슴을 가리고 버티어 서십시오. 발에는 평화의 복음을 전할 차비를 하십시오. 이 모든 것에 더하여 믿음의 방패를 손에 드십시오. 그것으로써 여러분은 악한 자가 쏘는 모든 불화살을 막아 꺼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구원의 투구를 받고 성령의 검 곧 하나님의 말씀을 받으십시오. 온갖 기도와 간구로 언제나 성령 안에서 기도하십시오. 이것을 위하여 늘 깨어서 끝까지 참으면서 모든 성도를 위하여 간구하십시오. 또 나를 위하여 기도하기를, 내가 입을 열 때에, 하나님께서 말씀을 주셔서 담대하게 복음의 비밀을 알릴 수 있게 해 달라고 하십시오. 나는 사슬에 매여 있으나, 이 복음을 전하는 사신입니다. 이런 형편에서도, 내가 마땅히 해야 할 말을 담대하게 말할 수 있게 기도하여 주십시오.

여러분은 앞으로도 주님 안에서 예수님의 힘찬 능력으로 굳세어지셔야 합니다. 우리는 남들과 싸우지 않습니다. 사람하고 싸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뜻을 어기며 살도록 하는 모든 악한 권세들과 싸웁니다. 거기에는 내 욕심, 우리의 어리석음, 이 세상의 유혹, 속임수가 있습니다. 이런 영적 싸움에서 우리에게는 하나님께서 주신 두 가지 가장 강력한 무기가 있습니다. “생명”과 “사랑”입니다. 생명은 살리는 힘입니다. 교회 생활하시면서 여러분도 살아나고 믿음의 형제자매들도 살 맛나고 이웃도 살리십시오. 살 맛나는 삶을 살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역시 사랑입니다. 늙은 사람도 사랑하면 젊음이 솟구칩니다. 사랑은 모든 허다한 죄를 덮고, 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 견디고 품습니다. 생명과 사랑! 이 두 무기에 오늘 바울 사도가 말씀하시는 대로 진리의 허리띠, 정의의 가슴막이, 평화의 발걸음, 믿음의 방패, 구원의 투구와 하나님의 말씀인 성령의 검을 마련하십시오.

영적 전쟁에서 승리할 모든 장비를 갖추면서 언제나 기도와 간구로 깨어 있으십시오. 그리고 저를 위해서도 기도해 주십시오. 제가 떠나지만 우리 생명사랑교회도 주님의 은혜로 더더욱 부흥하고, 향린교회도 살아나도록 기도해 주시길 빕니다.

오늘 설교 제목은 “너는 가능성이다”입니다. 우리에게 우리 자신은 가끔 쫄보로 보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에게 우리는 언제나 가능성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당신의 무한한 가능성으로 부르셨습니다. 그 품에 여러분을 맡기십시오. 그리고 언제나 우리가 자랑스러운 하나님의 생명사랑교회 교인이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이제 평안히 가십시오. 자유인으로 사십시오. 여러분의 길에 언제나 하나님이 함께 하실 것입니다.

다함께 기도하겠습니다.

* 설교 후 기도

창조와 구원의 하나님! 주님께서는 온 우주를 창조하시고 역사를 주관하시며 세상을 이끄시기 위해 생명사랑교회를 세우셨습니다. 지난 12년의 세월을 지켜주시고, 우리를 주님의 사역에 쓰셨습니다. 추수할 것은 많으나 일군이 적은 시대에 주님께서는 여전히 우리를 부르십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사도로, 어떤 사람은 예언자로, 그리고 어떤 사람은 목사와 장로와 권사와 집사로 세우셨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가 우리 주님 안에서 예수님의 힘찬 능력으로 굳세어지게 하시고, 사랑과 생명이라는 믿음의 무기들을 잘 갖추어 악한 영과 싸우게 하소서. 반석 같은 믿음으로 우리가 인간의 속임수나, 간교한 술수에 빠지지 않으며, 온갖 세상 풍조에 흔들려 이리저리 밀려다니지 않게 하소서. 사랑으로 진리를 말하고 살면서, 모든 면에서 자라나서, 모든 악한 세력들 한복판에서도 날마다 복음이 승리하는 소식을 듣게 하소서. 하나님, 우리는 끝까지 주님의 길 안에서 걷겠습니다. 하나님! 주님은 언제나 우리의 발걸음에 함께 해 주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 감사기도, 하나님께 감사하는 기쁨의 소식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자비하신 하나님! 우리가 예배하며 주님을 송축하고 영광을 올려 드립니다. 우리의 지난 모든 세월을 지켜주시고,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한없는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의 모든 삶의 곤경을 헤쳐 나가도록 하시고, 시련 속에서 인내를 배우게 하셨습니다. 믿음의 형제자매들의 소중함을 알게 하시고, 신앙공동체 안에서 서로 의지하게 하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말씀을 묵상하며 얻는 깨달음들과 일상의 삶을 살아내면서 누리는 주님의 선물이 참으로 고귀합니다. 거룩한 영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며 이뤄낸 선한 사역들에 감격하고 감사하며 주님을 찬양합니다. 이 시간 주님께 예물과 함께 우리 자신을 드립니다. 받아 주소서. 오늘 예배를 통해 얻은 하늘나라의 기쁨과 소망을 잘 간직하겠습니다. 바쁜 세상에서도 주님께서 허락하신 평안을 누리며, 주님께서 감당하라 명하신 소명을 이어 나가겠습니다. 모든 것에 감사하며,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 파송사

사랑하는 생명사랑교우 여러분! 전국의 성도 여러분! 어깨를 펴시고 똑바로 서십시오. 세상으로 당당하게 나아가십시오. 자유인으로 사십시오. 여러분의 모든 말과 행동과 생각 위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더하십시오. 그리스도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을 지배하게 하십시오.

그리스도의 말씀이 여러분 가운데 풍성히 살아 있게 하십시오.

* 축도

생명의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감싸고 여러분을 도우시기를 빕니다.

사랑의 예수님께서 여러분을 지키고 모든 고통에서 건지시기를 빕니다.

거룩한 성령님께서 여러분 곁에서 항상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이제는

주님 안에서 그 분의 힘찬 능력으로 굳센 믿음의 삶을 살아가는

생명사랑 교우들과

전국에서 우리와 함께 예배하는 모든 성도들에게

“너는 가능성이다”라고 말씀하시는

성삼위일체 하나님의 크신 은혜가 영원히 함께 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