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덕 목사] 이런 교회라면 – 2024년 9월 22일
에베소서 4장 11-16절
[추석 명절 풍경]
한가위 명절을 잘 보내셨는지요? 찜통 같은 더위가 계속되는 날씨에도 어김없이 명절은 돌아오고, 긴 연휴 동안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명절을 보냅니다. 온 가족이 모이기도 하지만,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여전히 일을 해야 하는 분들도 계시지요. 저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명절을 보냈습니다. 예전에는 하루 이틀 전날 고향에 내려가 어머니와 함께 장도 보고, 송편도 빚고, 다양한 차례 음식들을 준비했지만, 이제는 식구들이 각자 알아서 자기 집에서 음식을 마련해서 당일에 모입니다. 올해도 추석 당일에 본가와 처가를 가기 때문에 하루 전날 명절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삼색 꼬치전, 고기 완자전은 기본이고 여기에 갈비찜과 전복구이, 보리 굴비 등을 준비해서 파주로 내려갔습니다. 온 식구가 다 모여서 일찍 아침을 먹고, 우리 생명사랑교회가 만든 한가위 감사예식서로 예배를 드립니다.
감사를 주제로 설교하면서 우리 삶은 자기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말을 했습니다. 한 개인의 노력을 뛰어넘어 이루게 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 그리고 조상들의 은덕, 가족들의 사랑과 이웃들의 도움을 기억하는 삶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자, 제 부친께서 덧붙여서 우리 집안의 모든 식구가 이렇게 지금까지 아무 탈 없이 지내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성묘까지 마치면 저희 가족은 이제 처가로 갑니다.
장인, 장모님과 함께 딸 넷의 가정에, 각각 손자가 두 명씩 모두 18명이 모입니다. 약간 늦은 점심을 먹고 얘기꽃이 핍니다. 바로 밑의 동서가 요즘 방언을 받고 그동안 신앙생활에 대해 궁금하던 점들, 특히 성령의 역사와 무속적 종교에서 말하는 신 내림과 같은 종교체험이 어떻게 다른지 제게 물어옵니다. 목사이자 신학 전공자로서 설명을 한참 하는데, 장모님도 한몫 거드십니다. 수십 년 신앙생활의 연륜으로 둘째 사위의 신앙이 단단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성경을 읽으시면서 얻었던 깨달음, 이해가 안 될 때도 믿고 기다리는 믿음에 대해 잘 말씀해 주시지요.
올해 추석에는 잠깐 짬을 내어 저를 위해 평생을 기도해 주시는 고향 교회의 권사님도 찾아뵈었습니다. 10년 만입니다. 우리 교회 김광훈 집사의 어머니이신데, 방문했더니 삼형제 가족이 모두 와 있더군요. 맏아들은 목사이고, 둘째는 법조인, 셋째는 군무원으로 착실하게 가정을 일구고, 저마다 제 몫을 든든하게 해내는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제가 한창 하나님에 대한 열망과 예수님에 대한 사랑으로 충만하던 시절, 새벽과 저녁 기도 친구로 지냈던 집사님, 지금의 권사님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기도의 어머니이십니다. 가난한 형편에 어려운 시절을 보냈지만 굳센 믿음으로 삼 형제를 올곧은 신앙의 자녀로 키워낸 그 세월을 알기에 지금의 단란하고 든든한 아들 삼 형제 가족의 모습이 더없이 행복해 보였습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처음 공동체, 가족]
한 인간의 삶에 있어서 어떤 가족을 만나는가는 거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태초에 교회를 세우시지 않고, 아담과 하와, 가인과 아벨의 첫 가정을 만드셨습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잘 기억해야 하고, 그래서 좋은 가정을 꾸리기 위해 온 식구가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집안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말(家和萬事成)은 만고불변의 법칙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하나님이 창조하신 첫 가정의 삶은 주님의 뜻대로 흘러가지 못했습니다. 작게는 한 가정의 이야기로 볼 수 있지만, 크게는 마을과 사회, 더 큰 국가와 민족의 삶으로 이어집니다. 아담과 그의 가족 그리고 그들의 후손의 역사는 하나님을 거역하고, 욕망과 어리석음에 물들어 살인과 전쟁을 일으키는 데까지 이르고 맙니다. ‘인간과 인간의 모든 조상 종(種)’으로 알려진 호미닌(Hominin)으로부터 21세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스스로 ‘슬기로운 인간’(Homo Sapiens)으로 명명했지만 반목과 불화, 폭력과 전쟁을 일삼아 왔습니다.
우리나라가 명절로 온 가족이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동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으로 확전되면서 지금 중동은 하루가 멀다 하고 불바다가 되고 있고, 단기간 전쟁에 의한 압승을 꿈꾸던 이스라엘의 전략은 계속 꼬이고 있습니다. 한편 2022년 2월 24일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2년 반이 지나는 지금도 여전히 격렬한 전쟁 한복판에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서방 세력의 지지를 얻기 때문에 군사력으로는 열세에 있으면서도 전쟁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데, 지난 9월 16일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금까지 전쟁으로 죽거나 다친 사람이 거의 백만 명에 이른다고 보도했습니다.(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61195) 전선에 변화가 없는데도 전투는 치열해서 지금도 하루에 1,000명이 넘는 사상자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국가 간 전쟁이 벌어지고, 국내에서 내전이 지속되는 곳의 삶은 그야말로 황폐함 그 자체입니다. 인류 최악의 죄악인 전쟁이 아니더라도, 현재 인류의 삶은 참으로 위태위태합니다.
9월 19일에 태국에 있는 명승인 선교사님으로부터 긴급 선교 편지가 왔는데, 지금 우기인 태국에는 국지성 폭우 때문에 치앙라이 주 메사이 지역의 고산족 마을과 시내가 모두 잠기는 일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80년 이래 최대의 홍수로 태국 교단 제10노회 산하에 있는 마을의 1,000가구 이상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입니다. 태국만 문제가 아니지요. 2주 동안 연이은 역대급 태풍을 세 차례나 겪은 중국은 수백만 명의 이재민들이 생겼고, 엄청난 물적 피해를 입었습니다. 중국만이 아닙니다. 유럽 중부와 동부 국가들을 덮친 폭풍 ‘보리스’는 6개월 동안 내릴 양의 비를 4일동안 퍼부었습니다. 어제 비가 내리고서야 날씨가 가을이 되었지만, 우리나라도 이런 기후 재앙을 피해 갈 길이 없습니다. 지금 괜찮다고 내일 괜찮을 리가 없습니다. 모두 조삼모사일 뿐입니다.
인류가 자연에 몹쓸 짓을 한 긴 세월로 인해서 지금 되갚음을 당하고 있는데, 인류는 아직도 욕망을 내려놓지 못하는 어리석음으로 전쟁을 벌이고, 여전히 제 한 몸만 챙기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잘 알다시피 관계적 존재로서 인간은 사람들 사이에서만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기에 절대로 혼자 살 수 없고, 자기 스스로 제 한 몸을 챙길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러한 때에 역시 절실하게 요청되고 필요한 것은 참 좋은 공동체입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두째 공동체, 교회]
가정을 만드셨던 하나님이 직접 세우신 두 번째 공동체는 바로 교회입니다. 유교(儒敎)가 자식 사랑 가득한 부모와 효성 지극한 자식 사이의 애틋한 정으로 이루어진 공동체를 확산시켜서 좋은 가족의 확대를 도모했다면, 그리스도교는 혈연을 넘어서는 하나님의 가족, 즉 ‘가족의 확대’가 아니라 ‘확대된 가족’을 꿈꾸는 종교입니다. 첫 아담 가족은 실패했지만, 두번째 아담으로서의 예수를 따르는 가족을 세우는 일은 지금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 가족이 주님의 뜻에 온전히 따를 수 있다면 전 세계 24억 명이 넘는 식구들과 함께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꿀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거대하고 이상적인 꿈 이전에 당장 우리의 하루하루를 지탱하게 해 주는 가장 작은 지교회 생명사랑교회를 가꾸는 일이 참으로 소중합니다.
교회는, 갈수록 작아지는 핵가족과 가족의 해체를 목도하는 핵개인의 시대에 가족을 유지하게 하고, 또 때로 가족을 넘어서서 더 큰 사회를 변화시키는 가능성을 담보한 거의 유일한 공동체입니다. 이득과 손해에 대한 인간적 계산, 유불리를 따지며 모이고 흩어지는 세속 공동체에 맞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하나님 나라로, 하나님의 뜻과 정의가 펼쳐지는 세상으로 만들기 위한 마지막 보루인 것입니다. 지난 주에 말씀드린 자아중심적인 에로스적 사랑, 상호호혜적이며 조건적인 필리아의 사랑을 넘어서서 조건 없이 차고 넘치는 아가페 사랑을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모임이 바로 교회입니다.
저는 가끔 제 짧은 인생을 돌이켜 보면서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하나님께서 세우신 교회가 없었다면 과연 지금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만약 여러분에게 교회가 없었다면, 어떤 사람이 되었으며, 어떤 삶을 살고 계실까요? 여러분의 삶에 교회는 어떤 의미입니까?
그런데 교회는 단순히 한 개인의 삶에 의미를 주는 것에 존재 목적이나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교회는 세상의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뜻으로 생겨난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작게는 한 개인의 영혼을 구원하는 것이지만, 넓게는 온 우주의 거울로 역사와 세계를 이끌어가는 하나의 이정표인 것입니다. 교회의 존재 이유와 뜻이 이렇게 넓고 크고 깊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교회를 찾을 수 있을까요? 저는 또 가끔 물어봅니다. 은퇴한 이후에 내가 다닐만한 교회가 과연 있을까? 아니 지금 당장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교회 한번 다녀보라고 권할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교회가 몇 개나 될까?
[이런 교회라면?]
우리가 함께 즐겨 부르는 복음성가 가운데서 <이런 교회 되게 하소서>라는 찬양이 있습니다. 가사가 이러합니다.
진정한 예배가 숨 쉬는 교회/ 주님이 주인 되시는 교회/ 믿음의 기도가 쌓이는 교회/ 최고의 찬양을 드리는 교회/ 말씀이 살아 움직이는 교회/ 성도의 사랑이 넘치는 교회/ 섬김과 헌신이 기쁨이 되어 열매 맺는 아름다운 교회/ 주님의 마음 닮아서 이웃을 사랑하는 교회/ 주님의 영광을 위해서 빛 되신 주님 전하는 교회/ 사랑의 불꽃이 활짝 피어나 날마다 사랑에 빠지는 교회/ 주께서 사랑하는 우리 교회가 이런 교회 되게 하소서
말씀이 살아 움직이는 교회/ 성도의 사랑이 넘치는 교회/ 섬김과 헌신이 기쁨이 되어 열매 맺는 아름다운 교회/ 주님의 마음 닮아서 이웃을 사랑하는 교회/ 주님의 영광을 위해서 빛 되신 주님 전하는 교회/ 사랑의 불꽃이 활짝 피어나 날마다 사랑에 빠지는 교회/ 주께서 사랑하는 우리 교회가 이런 교회 되게 하소서
이 찬양의 가사 대로 운영되는 교회가 있다면 정말 이 교회에 가고 싶을 것입니다. 문제는 어떻게 이런 교회를 만들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최근에 다른 교단의 목사이지만 제 대학교 후배 목사 하나가 2년 전 담임목사를 시작하면서 다짐했던 목회자로서의 마음가짐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을 보았습니다.
“영감 있는 예배자/ 삶과 일치된 설교자/ 예수님을 생각나게 하는 목회자/ 하나님과 연합된 기도자/ 환대하는 영적 지도자/ 성령께 민감한 사역자/ 성실한 관리자/ 신뢰할만한 행정가/ ‘우리’ 목사님 되기를”.
이런 목회자라면 주님의 교회를 세울 때 정말 주님께서 잘 쓰시겠다 생각해 봅니다. 그렇다면 주님의 몸된 교회를 이끌어갈 때 교인들은 어떠한 모습이어야 할까요?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에베소서의 말씀은 이 부분에 대해서 명확한 지침을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고린도전서 12장에는 하나님이 불러 세워 주신 사람들의 다양한 은사가 나오고 실제로 교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입니다만,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에는 특별한 몇 직분만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사도, 예언자, 복음 전도자, 목사와 교사입니다. 우선 사도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가장 처음 제자로서 기독교 신앙의 근본을 세운 분들입니다. 지금 우리는 사도들의 증언 위에 우리의 신앙을 세웠습니다. 우리는 2000년 전 예수님의 인간적인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예수님과 함께 살았던 사도들이 전해 준 대로 믿고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여기서 사도들이란 사도들의 증언 곧 성서로 보아도 문제가 없습니다. 즉 교회의 기초에는 사도들의 증언인 성경이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성경을 가르치는 것은 신학적 전문성을 가진 목사의 임무이지만, 목사와 함께 말씀을 깊이 연구하고 깨닫고 살아내는 일은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두번째로는 예언자들인데 이분들은 교회가 처한 구체적인 상황을 하나님의 뜻에 비추어 살피고 주님이 교회에 지시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전했던 분들입니다. 즉 성서가 우리 앞에 놓여 있어도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헷갈릴 때, 예언자들은 구체적인 상황에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알게 해 주고, 하나님의 뜻에 따라 교회를 격려하고 위로했던 분들입니다. 우리 교회에는 기도를 깊이 하시는 분들이 꽤 계십니다. 깊은 기도 가운데, 자신의 욕심이나 편견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를 위하여 좋은 의견들을 저에게 주시곤 합니다. 그런 분들의 말씀은 바로 예언자들의 말씀과 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눈을 열고 보고, 귀를 세우고 들으면 다양한 사건과 모습을 통해 하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시는데, 우리 모두는 그런 영적인 안목을 지녀야 할 것입니다. 다행히 우리 생명사랑교회의 원로 장로님들과 시무 장로님, 권사님들은 오랜 신앙생활의 연륜으로 예언자적 사명을 잘 감당하고 계십니다. 앞으로 계속 그래 주시리라 믿습니다.
복음 전도자는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소식을 널리 전해서 사람들에게 믿음을 일깨우는 역할을 했던 분들입니다. 목사와 교사는 모두 설교를 하고 교인들을 돌보는 목회와 성경해석을 통하여 교회를 지도하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루터에 의해 본격적으로 제창된 만인사제직은 바로 이 부분과 연결됩니다. 교회 내 직무에서 목사는 곧 성경교사이지만, 세상으로 나아갈 때는 모든 교인이 복음 전도자로서 성경 교사이며, 목사의 역할을 합니다. 우리 생명사랑교회는 다양한 신앙 영상들이 있으니 이것을 매개로 삼으면서 여러분 모두가 이 세상에서 복음 전도자와 목사, 교사의 역할에 충실해야 합니다.
[함께 주님의 몸된 교회를 세우기 위해]
오늘 본문에서 우리가 특별히 주목해서 보아야 할 부분은 교회의 모든 직분을 세우고 교인들에게 다양한 은사를 주신 이유입니다. 왜 직분자를 세우고 달란트를 주신 것입니까? 우리 함께 에베소서 4장 12절을 읽어 봅시다. “그것은 성도들을 준비시켜서 봉사의 일을 하게 하고,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게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한번 더 읽겠습니다. “그것은 성도들을 준비시켜서 봉사의 일을 하게 하고,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게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지도하고 또 한편으로 배우는 교회의 책임적인 주인들로서 우리가 해야 할 첫번째 일은 성도들을 준비시키는 것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우리 자신들이 먼저 준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도들이란 하나님께서 자신을 위해 따로 떼어 놓으신 백성들을 말합니다.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 중에 하나님과 약속을 하고 하나님의 백성으로 신실하게 살겠다고 다짐한 사람들, 바로 저와 여러분들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세상과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세우기 위해 준비되어야 합니다. 여기에서 “준비하다”(kataρtiσmoς)라는 말은 “훈련시키다.”라는 말인데 이 말은 “장비를 갖춰주다”라는 뜻으로도 쓰이고, “회복하다”, “수리하다”, “완성시키다”라는 말과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부들이 고기를 잡으러 갈 때 그물을 깁는데, 여기서 “그물을 깁는다.”라는 말도 바로 이 말을 씁니다(마가 1:9). 즉 교회의 지도자들은 교인들이 교회와 세상에 봉사하도록 모든 장비를 갖춰 주고 훈련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훈련으로 봉사의 일을 하게 한다고 했으니, 여러분 스스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봉사의 일을 하고 있습니까? 봉사의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놓았습니까? 교회가 해야 하는 여러 가지 사역들 중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며, 아직 까지 감당하지 못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우리 교회는 작은 교회이지만 정말로 다양한 사역을 하는 교회입니다. 12년의 역사 속에서 그야말로 엄청난 활동을 해 왔습니다. 그 많은 활동에 여러분들은 얼마나 참여하셨습니까? 아니 그런 활동을 이끌어 나가고, 그런 봉사의 일을 할 준비가 되셨나요? 준비가 되지 못하고 활동을 할 수 없었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었던 것인가요? 우리 생명사랑교회의 앞날은 교인 전부가 교회 봉사와 세상을 향한 봉사의 일을 해낼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제가 떠나고, 새로운 목회자가 오는 기간 동안, 그리고 또 새로운 목회자가 오신다 하여도 여러분 모두가 해야 할 일은 바로 무슨 사역이든지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오늘 또 주의 깊게 읽어야 할 말씀이 있습니다. 13절부터 16절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을 오늘 집에 가셔서 반복해서 여러 번 읽으시기 바랍니다. 이 말씀에는 그리스도인의 목표와 그 목표에 이르게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예수 그리스도의 충만하신 경지입니다. 우리는 어린아이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됩니다. 신앙이 어리고 여리면 인간의 속임수나, 간교한 술수에 빠져서 온갖 세상 풍조에 흔들리고 이리저리 밀려다닙니다. 여러분은 자라나야 합니다. 자라지 않는다고 구원을 못 받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분 하나님 앞에 설 때 어리광 부리는 자로 서야 되겠습니까? 장성한 믿음을 지닌 어른의 모습으로 그래서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고 스스로 알아서 부모님을 모시고 섬기는 그런 효성스런 자녀로 하나님 앞에 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계속 달라고 투정만 부리는 어린아이의 모습에서 이제 벗어나야 합니다.
머리 되시는 그리스도에게까지 자라는 방법은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일과 아는 일에 하나가 되는 것, 사랑으로 진리를 말하는 것, 그리고 모든 면에서 성장하는 것입니다. 모든 면에서 성장하려면 우리에게 맡겨진 분량대로 활동을 해야 합니다. 신도회, 부서, 소모임에 참여하고, 성서 공부와 봉사활동, 선교 활동도 계획을 세워서 다양한 목회활동을 하다보면 정말 모든 면에서 자라게 됩니다.
주님의 교회를 세울 때 핵심적인 가치는 역시 사랑입니다. 오늘 바울 사도는 사랑으로 진리를 말하고, 사랑 안에서만 주님의 몸이 건설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제가 지난 주 설교에서 그리스교가 말하는 사랑인 아가페의 특징을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무엇보다 사랑을 배우려면 성경을 깊게 그리고 차분히 꼼꼼하게 읽으시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지니고 그분의 깊이에 다다라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무엇을 하셨고, 어떤 뜻과 희망을 지니셨는지 알고 이해해야 그분을 따를 마음이 생깁니다. 그리고 과감하게 그분을 따라서 그분이 친구 했던 사람들과 친구 할 수 있어야, 그분이 사신대로 섬기는 사람으로, 자신을 내어주는 사람으로 살아 봐야 믿음의 경지가 얼마나 깊은 데로부터 피어날 수 있는가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럴 때 여러분은 진정으로 이 세상이 줄 수 없는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아들을 제대로 알고 제대로 믿을 때 바로 우리가 그분의 아들딸이었다는 것, 예수님과 함께 믿음의 형제자매였다는 사실이 삶에서 체험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생명사랑 교우 여러분! 지난 8년 11개월의 시간 동안 저는 우리 생명사랑 교우들이 머리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에게 다다를 것을 기대하고 기다려 왔습니다. 주님 가시는 길을 따라가면서 우리가 함께 주님의 마음을 느끼고 깨닫기를 꿈꾸었습니다. 어떤 분은 그 언저리에 다다른 분도 있고, 아직 더 가야할 분도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저는 여러분과 함께 있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 주님은 여전히 그 자리에 계십니다. 여러분이 주님의 길을 걸어간다며, 그 발걸음에 함께 하십니다. 여러분이 주님의 일을 하신다면, 그 손길에 함께 하십니다. 여러분이 주님을 지극히 사랑한다면, 그 마음에 주님이 언제나 계십니다. 여러분 모두의 발걸음에, 여러분 모두의 손길에, 여러분 모두의 마음에 주님이 언제나 깃들일 때, 우리 생명사랑교회는 정말로 모두가 오고 싶은 교회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은 우리 생명사랑교회를 통해 이 다중 위험 시대에 위태로운 삶 한 가운데서도 구원을 보게 될 것입니다.
다함께 기도하겠습니다.
* 설교 후 기도
창조와 구원의 하나님! 주님께서는 온 우주를 창조하시고 역사를 주관하시며 세상을 이끄시기 위해 생명사랑교회를 세우셨습니다. 지난 12년의 세월을 지켜주시고, 우리를 주님의 사역에 쓰셨습니다. 추수할 것은 많으나 일군이 적은 시대에 주님께서는 여전히 우리를 부르십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사도로, 어떤 사람은 예언자로, 그리고 어떤 사람은 목사와 장로와 권사와 집사로 세우셨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일과 아는 일에 하나가 되어서, 그리스도의 충만하심의 경지에 이르게 해 주소서. 그리하여 우리가 인간의 속임수나, 간교한 술수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온갖 교훈의 풍조에 흔들려 이리저리 밀려다니지 않게 하소서. 사랑으로 진리를 말하고 살면서, 모든 면에서 자라나서, 머리가 되시는 그리스도에게까지 다다르고, 온전히 예수의 사랑 안에서 주님의 몸 된 교회를 건설하게 하소서. 하나님, 우리는 끝까지 주님의 길 안에서 걷겠습니다. 하나님! 주님은 언제나 우리의 발걸음에 함께 해 주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 감사기도, 하나님께 감사하는 기쁨의 소식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자비하신 하나님! 우리가 예배하며 주님을 송축하고 영광을 올려 드립니다. 우리의 지난 모든 세월을 지켜주시고,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한없는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의 모든 삶의 곤경을 헤쳐 나가도록 하시고, 시련 속에서 인내를 배우게 하셨습니다. 믿음의 형제자매들의 소중함을 알게 하시고, 신앙공동체 안에서 서로 의지하게 하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말씀을 묵상하며 얻는 깨달음들과 일상의 삶을 살아내면서 누리는 주님의 선물이 참으로 고귀합니다. 거룩한 영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며 이뤄낸 선한 사역들에 감격하고 감사하며 주님을 찬양합니다. 이 시간 주님께 예물과 함께 우리 자신을 드립니다. 받아 주소서. 오늘 예배를 통해 얻은 하늘나라의 기쁨과 소망을 잘 간직하겠습니다. 바쁜 세상에서도 주님께서 허락하신 평안을 누리며, 주님께서 감당하라 명하신 소명을 이어 나가겠습니다. 모든 것에 감사하며,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 파송사
사랑하는 생명사랑교우 여러분! 전국의 성도 여러분! 어깨를 펴시고 똑바로 서십시오. 세상으로 당당하게 나아가십시오. 자유인으로 사십시오. 여러분의 모든 말과 행동과 생각 위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더하십시오. 그리스도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을 지배하게 하십시오.
그리스도의 말씀이 여러분 가운데 풍성히 살아 있게 하십시오.
* 축도
생명의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감싸고 여러분을 도우시기를 빕니다.
사랑의 예수님께서 여러분을 지키고 모든 고통에서 건지시기를 빕니다.
거룩한 성령님께서 여러분 곁에서 항상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이제는
성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모든 면에서 자라나서 그리스도의 충만한 경지에 이르려는
생명사랑 교우들과
전국에서 우리와 함께 예배하는 성도들에게
하늘의 힘과 달의 고결함, 불의 영광과
번개의 빠름, 바람의 야성과 대양의 깊이, 대지의 견고함과
바위의 단단함을 주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