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Description

글 : 한문덕 목사

목소리 : 한문덕 목사

반주 : 박지형 집사

80. 험악한 세월 요셉은 자기 아버지 야곱을 모시고 와서, 바로를 만나게 하였다. 야곱이 바로를 축복하고 나니, 바로가 야곱에게 말하였다. “어른께서는 연세가 어떻게 되시오?” 야곱이 바로에게 대답하였다. “이 세상을 떠돌아다닌 햇수가 백 년 하고도 삼십 년입니다. 저의 조상들이 세상을 떠돌던 햇수에 비하면, 제가 누린 햇수는 얼마 되지 않지만, 험악한 세월을 보냈습니다.” 야곱이 다시 바로에게 축복하고, 그 앞에서 물러났다. (창세 47: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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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버지는 그리스도인이 아닙니다. 평생을 종교 없이 살아오셨지요. 그러나 평범한 한국의 농촌 환경에서 자란 어르신들이 그렇듯이, 아버지의 삶에는 대체적으로 유가(儒家)적 성향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농한기에 서당을 다니며 배운 한문 실력으로 종종 동아시아의 경전들을 읽으신 것이 그런 성향을 심화시키는데 한 몫 했습니다. 그러던 아버지가 목사 아들을 두게 되자, 한번은 성경 전체를 다 읽으시고는 목사 아들에게 두 가지를 물었습니다.

“예수께서 죽으신 것은 옛날이야기인데, 어찌 그 죽음이 오늘날 우리의 죄를 사해 준다는 것이냐?”, “하나님은 어찌하여 야곱 같은 교활한 인간을 축복하시는가?”

신앙인이 아닌 아버지에게 나름대로 설명해 드렸지만 아버지가 잘 알아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과연 야곱은 축복을 받았을까요? 야곱은 아마도 147세에 죽음을 맞이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앞에서 백삼십년을 살았다고 말하고, 이후 요셉과 고센에서 17년을 더 살았으니 말이지요. 그런데 야곱은 아버지 이삭이나 할아버지 아브라함보다 훨씬 일찍 죽습니다. 아브라함은 180세에, 이삭은 175세에 열조에게로 돌아갔으니까요.

오늘 야곱은 바로 앞에서 “험악한 세월”을 보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정말 그는 험악한 세월을 살았습니다. 남을 속인만큼 남들에게 속았습니다. 외삼촌 라반이 그를 속였고, 자식들은 그를 또 속였습니다. 가족을 떠나야 했던 그는 떠돌이의 삶을 살며, 가장 사랑했던 아내를 일찍 잃었고, 아끼던 자식이 죽은 줄 알고 숱한 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런 고난의 삶 때문에 죽음이 더 일찍 찾아 왔는지도 모릅니다. 몸이 성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어쩌면 하나님은 그런 야곱이 안쓰러웠던 것은 아닐까요? 저 또한 목회를 하다 보니, 험악한 세월을 사는 교인들에게 더 마음이 갑니다. 그의 믿음이나 인격에 상관없이 말이지요. 못돼먹은 성격은 제 발등을 찍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사서 고생을 하지요. 그래도 그가 밉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고난 속에서 조금씩 다듬어져가는 모습을 볼 때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하나님의 마음도 그러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도: 하나님! 우리는 실수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잘 압니다. 늘 넘어지는 곳에서 또 넘어지고 맙니다. 그렇게 어리석습니다. 그런 우리를 내치지 않으시고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우리 또한 자신의 주변을 바라보게 하여 주소서. 동병상련의 마음을 허락하소서.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