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Description
글: 한문덕 목사
목소리: 정순호 집사
반주: 박지형 집사
71. 기억한다는 것!
그 때에 술잔을 올리는 시종장이 바로에게 말하였다. “제가 꼭 했어야 할 일을 못한 것이 오늘에야 생각납니다. 임금님께서 종들에게 노하셔서, 저와 빵을 구워 올리는 시종장을 경호대장 집 감옥에 가두신 일이 있습니다. 저희들이 같은 날 밤에 각각 꿈을 꾸었는데, 두 꿈의 내용이 너무나 달랐습니다. 그 때에 그 곳에, 경호대장의 종인 히브리 소년이 저희와 함께 있었습니다. 저희가 꾼 꿈 이야기를 그에게 해 주었더니, 그가 그 꿈을 풀었습니다. 저희 두 사람에게 제각기 그 꿈을 해몽하여 주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해몽한 대로, 꼭 그대로 되어서, 저는 복직되고, 그 사람은 처형되었습니다. 이 말을 듣고서, 바로가 사람을 보내어 요셉을 불러오게 하였고, 사람들은 곧바로 그를 구덩이에서 끌어냈다. (창세 41:9-14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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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면서 경험하는 모든 일을 기억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살면서 겪는 일들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그 사람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삶을 살아가는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좋은 기억은 지속적으로 힘과 위로가 되고, 나쁜 기억은 자존감을 떨어뜨리며, 때로 일을 그르치게 합니다. 따라서 과거가 현재와 미래를 좌지우지 하게 되고, 살아있는 과거는 곧 현재이자 미래가 되기도 합니다.
술잔을 올리던 시종장은 자신의 꿈을 해석해 준 요셉을 새까맣게 잊고 있다가, 바로가 꿈을 꾸고 아무도 그 꿈을 풀지 못했을 때에야 요셉을 기억해 냅니다. 그리고 그 기억 덕분에 이제 이집트와 그 주변 세계는 7년의 기근을 큰 어려움 없이 잘 극복해 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도 있습니다.
한 개인의 삶에서도 기억이 중요하지만 민족과 국가가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일본제국주의의 만행, 좌우 이념 대립 속에서 일어났던 온갖 학살, 참혹한 전쟁, 군사독재의 폭력 등. 좋은 기억은 남기고, 아픈 기억은 지우고자 하는 뇌의 자연스런 활동 때문에 아프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것들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잊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중요한 기억들을 지우려는 세력 또한 만만치 않기에
무더운 여름! 열기를 식히려고 가만히 앉아 손 선풍기 바람으로 달아오른 얼굴을 달래며 고마웠던 사람들 얼굴을 떠올려 봅니다. 인생에 변화를 주었던 사건들도 생각해 봅니다. 후대에 꼭 전하고 싶은 일들도 꼽아 봅니다. 이런 모든 기억이 곧 바로 지금의 나이기 때문입니다. 또 앞으로 어떤 기억을 남길까도 생각합니다. 이렇게 저렇게 기억은 또 쌓이고 오늘 하루도 흘러갑니다. 기억에 남을 하루가 되길 빌며 오늘도 살아갑니다.
기도: 하나님!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것들은 꼭 기억하게 하여 주소서. 무너지는 담장 아래 서지 않기 위해서 역사에서 배우게 하시고, 좋지 않은 기억들에 흔들리지 않게 하소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과거를 승화시키는 지혜도 주시고, 고마운 사람들은 꼭 잊지 않게 해 주소서.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