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Description

글: 한문덕 목사

목소리: 조민지 성도

반주: 박지형 집사

52. 어머니의 마음

야곱이 어머니 리브가에게 말하였다. “형 에서는 털이 많은 사람이고, 나는 이렇게 피부가 매끈한 사람인데, 아버지께서 만져 보시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아버지를 속인 죄로, 축복은커녕 오히려 저주를 받을 것이 아닙니까?” 어머니가 아들에게 말하였다. “아들아, 저주는 이 어미가 받으마. 내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창세 27:11-13a)

=====================

에서와 야곱 사이의 장자권 투쟁에서 어머니 리브가는 확실하게 야곱 편에 섭니다. 야곱보다 어머니가 나서서 일을 주도합니다. 눈이 어두운 이삭을 속여서 야곱이 축복을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왜 리브가는 이렇게 하였던 것일까요? 에서는 날쌘 사냥꾼이 되어서 들에서 살고, 야곱은 성격이 차분한 사람이 되어서 주로 집에서 살았다고 성서는 증언합니다(25:27). 이들의 성격을 보았을 때 장자권을 쟁취하려는 싸움에서 야곱이 이길 확률이 매우 적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됩니다. 게다가 에서는 맏이입니다. 에서에게 붙여진‘사냥꾼’이라는 말은 함의 자손 니므롯을 묘사할 때 처음 등장합니다. 힘이 센 사냥꾼 니므롯은 바빌론과 앗시리아의 니느웨 등등을 다스린 것으로 성경은 보도합니다(10:6-12) 즉 성서는 에서를 강대국 계열에 세우고 있습니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었던 여성 리브가는 동병상련의 마음에서인지 싸움에서 이길 가망성이 없는 둘째 야곱에게 마음이 기웁니다(25:28). 임종을 앞둔 아버지가 아들에게 주는 축복은 땅의 비옥함과 정치적 우위권에 대한 확증인데, 에서가 축복을 받는다면, 야곱은 기를 펴지 못하고 평생 억눌린 삶을 살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리브가는 결심합니다. 야곱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두 민족이 너의 태 안에 들어 있으며, 형이 동생을 섬길 것이라고 하셨으니(25:23), 그 예언을 이루기 위해 마음을 쓴 것입니다. 그러나 리브가의 이 계획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분노한 에서가 야곱을 죽이려고 하였고, 형제 사이의 복수극으로 두 아들 모두 잃을까를 염려한 리브가는 야곱을 도피시키는데(27:41-45), 이 때 떠난 야곱은 20년이 지나서야 고향에 돌아올 수 있었고, 성경 어디에도 어머니 리브가와 재회했다는 보도는 없습니다. 우리는 모든 도덕적 판단을 유보하고 이렇게 했던 리브가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아들아! 저주는 이 어미가 받으마.” 모든 어머니의 마음입니다. 그러나 그 어머니의 마음이 언제나 옳은 판단과 좋은 결과를 가져 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명백합니다. 그렇게 우리의 삶은 얽히고설키며 살아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기도 : 하나님, 복잡다단한 인생길에서 우리와 늘 함께 하여 주소서. 사랑의 마음에서 한 일이 뜻밖의 결과를 가져오더라도, 너무 놀라거나 좌절하지 않게 하소서. 무던히 견디며 담담하게 그러나 담대하게 삶을 살아가게 하여 주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