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Description
– 글: 한문덕 목사
– 목소리: 김영미 집사
– 반주: 박지형 집사
19. 후회하는 하나님
주님께서는,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 차고, 마음에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언제나 악한 것뿐임을 보시고서, 땅 위에 사람 지으셨음을 후회하시며 마음 아파 하셨다. 주님께서는 탄식하셨다. “내가 창조한 것이지만, 사람을 이 땅 위에서 쓸어버리겠다. 사람뿐 아니라, 짐승과 땅 위를 기어 다니는 것과 공중의 새까지 그렇게 하겠다. 그것들을 만든 것이 후회되는구나. 그러나 노아만은 주님께 은혜를 입었다” (창세기 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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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신경은 하나님을 창조주이시며 전능하신 분으로 고백합니다. 전능이라 함은 하지 못하는 일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에 당연히 미래의 일도 모두 아는 온전한 지식이 요청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전지전능(全知全能)하신 하나님!”이라고 부르며 기도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는 후회하시는 하나님이 등장합니다. 하나님은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되리라고 미리 알지 못하고는 뒤늦게 자신의 창조에 대해 뉘우칩니다. 신학이 그동안 말해 왔던 하나님, 우리가 막연하게 하나님의 속성으로 생각했던 것들과는 잘 들어맞지가 않습니다. 하나님은 어떤 분이실까요? 성서는 삶에서 겪은 하나님 체험을 녹여 낸 고백의 언어 모음집입니다. 성서가 신앙고백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인간의 언어가 지니는 한계를 생각할 때, 오늘 우리는 다시 한 번 하나님에 대한 바른 고백과 나은 언어를 고민하고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성서는 무소부재하여 전지전능한 힘으로 언제든 개입하는 하나님이 아니라, 자기를 닮은 자기 자식들에게 자유를 주고 그 자유로 인해 자녀들이 자기에게서 돌아설 위험을 무릅쓰고, 또 등 돌린 자식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분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기도와 찬양을 하면서 예배할 때 우리는 어떤 하나님을 생각하면서 이런 행위들을 하는 것일까요? 사람을 창조하신 것을 후회하신 하나님이 죄악을 저지른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피조물들을 쓸어버리겠다고 말하는 성서 본문을 우리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하나님이 홍수를 일으켜 정말 쓸어버린 것일까요? 아니면 첫 사람의 잘못으로 땅이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내었듯이, 인류의 죄악으로 인해 발생한 지구적 재앙과 다른 피조물들의 죽음에 대한 성찰의 언어일까요? 흔들리는 땅위에 핵발전소를 잔뜩 지어 놓고 그것으로 더 풍요롭게 살겠다는 것은 바른 것일까요? 그러다가 핵발전소가 터지면 누구를 원망할까요? 지구가 몸살을 앓도록 하는 이 거대한 자본주의 제국의 홍수 속에서 많은 생명을 구하는 노아는 누구일까요? 하나님이 마음 아파하실 일은 아예 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후회하는 하나님을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생태적 회심이 없다면 우리 세대에 또 다른 홍수가 터질지 모르겠습니다. 기도 : 하나님! 우리가 노아 같은 이가 되길 원합니다. 욕망의 홍수에서 저 자연의 만물을 구원할 방주를 준비하는 이가 되길 원합니다. 우리에게 지혜를 주시고, 용기를 주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