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1장 9-13절, 시편 44편 23-26절, 요한복음서 15장 1-10절

[권력]

사람은 지금까지 홀로 살아온 적이 없습니다. 사람이 홀로 있는 것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지 않아서, 또 서로 품어줄 다른 사람을 보내주신 것처럼 사람은 지금껏 공동체를 이루며 함께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능력은 인간이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던 능력입니다. 그런데 둘 이상의 사람이 모이면 힘이 센 자가 우위에 서있게 되고, 한쪽은 지배하고 한쪽은 지배당하는 일이 생깁니다. 그리고 지배하는 무리는 자신의 위대함을 뽐내고자 합니다.

고대의 제국에서 위대했던 나라의 모습은 거대하고, 강력하고, 감히 넘볼 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권력은 오로지 제국의 왕,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었고, 신이 곧 황제요, 황제의 말이 진리고 법이었고, 그에 맞서는 사람이나 나라는 가차 없이 처단되어 왔습니다. 전쟁에서 싸워 승리를 거두고, 다른 나라를 식민화하고 영토를 확장함으로 자신들의 나라가 위대함을 보여 왔습니다. 제 1, 2차 세계대전 역시 위대한 나라는 신기술 발전을 동원한 정복을 통해 영토를 확장시키고 식민지의 나라의 자원을 착취하여 거대한 제국을 세우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자신이 속한 나라가 가장 위대해야한다는 것,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큰 권력은 우리가 가져야한다는 생각을 지닌 지도자는 여전히 있습니다. 2015년 미국 대선 현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 걸고 나옵니다.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시하고, 미국인들만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싸울 것이라는 그의 말을 바라보는 지금, 우리는 과연 트럼프가 위대한 지도자인가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세상은 여전히 가장 꼭대기에 위치하라고 말합니다. 경쟁에 싸워 이기라고 합니다. 남들보다 더 뛰어나서 최고가 되라고 합니다. 최고가 되는 과정에 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내가 제일 위에 있다면 다른 무리는 알아서 그 권력에 복종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권력이 한 사람, 한 무리에게 집중되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탑을 세워 그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하여, 자신들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자 똘똘 뭉쳤던 사람들을 하나님께서는 온 땅으로 흩으셨습니다.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고, 하나님과의 중재자로 이스라엘 백성의 지도자였지만, 그런 모세에게는 가나안 땅이 허락되지 않았고, 다음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을 지도했던 여호수아 역시 그들의 왕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을 열두 지파로 나누고, 각 지파에게 땅을 분배함으로 어느 한 지파가 우위에 있지 않게 하였습니다. 오직 하나님만이 이스라엘의 왕이라고 여겼습니다. 또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왕의 요구에 하나님께서는 탐탁치 않으셨습니다.

하나님 역시 혼자 자신의 권위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모든 만물을 창조하시고, 이스라엘 백성의 왕이신 하나님은 고대 다른 신들과는 달리 인간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뜻대로만 행하시지 않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맺을 때, 소통을 택하십니다. 창세기에서 하나님은 자신의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하시고, 인간과 소통을 하십니다. 선택을 인간에게 맡깁니다. 하나님은 사람을 잘 관찰하십니다. 그리고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것들을 지어줍니다.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아니한 것을 보시고 들짐승과 각종 새를 지으시고, 사람이 이들을 뭐라고 이름을 붙이는지 보시려고 데려갑니다. 그리고 이 생물들의 이름은 하나님이 아닌 사람이 부르는 것이 곧 생물들의 이름이 됩니다. 여전히 사람에게 짝이 없는 것을 보신 하나님은 사람에게서 뽑아 낸 갈빗대로 짝을 지어주십니다. 하나님은 무조건 만들지 않으시고, 명령하지도 않으십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는 다신교 사회였습니다. 지위가 낮은 신들은 노동을 하고, 높은 신들은 편안히 쉬었습니다. 하위 신들은 유프라테스 강의 범람으로 막혀 버린 강과 수로의 진흙을 퍼내야 했습니다. 흙을 퍼내고 농사를 짓는 일은 신들에게도 고된 노동이었습니다. 화가 치밀어 오른 하위 신들은 폭동을 일으킵니다. 신들의 회의가 열렸고 노동을 대신할 인간을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지혜의 신이라 불리는 엔키는 흙과 폭동을 주도한 신의 피를 섞어 인간을 만들고 고된 노동을 그들에게 대신 시켰습니다. 메소포타미아에서 인간은 신들도 감당하기 힘든 노동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의 인간 창조와는 전혀 다른 목적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이 지은 사람에게 에덴동산을 잘 관리하고 명하십니다. 그런데 고대 중근동에서 신의 집을 관리하는 것은 오직 왕과 제사장의 권한입니다. 메소포타미아의 신들은 승리의 대가로 신전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신의 대리자인 왕과 제사장을 통해 신전을 헌납 받고, 이 신전에는 왕이나 제사장 같은 세력만 출입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인간은 신을 만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창세기의 하나님은 오히려 인간에게 먼저 자신을 드러내시고, 말을 거시고, 그들과 함께 소통하며 일상을 공유하십니다.

[탄식의 기도]

하나님은 인간과 소통을 하시기에 사람이 하나님의 뜻을 잘못 이해하면 계속 알려주십니다. 듣지 않는 것은 오히려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벌은 하시지만 계속해서 기회를 주십니다. 아니면 야곱처럼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주신 약속의 말씀을 생각하면서, 하나님과 맞서 싸워 새로운 존재를 받는 것 또한 허락하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적극적으로 상호 소통하는 관계를 원하십니다. 그렇기에 시편 기자처럼 하나님을 원망하고 탄원하는 고백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시편은 하나님을 찬양하는 시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탄원하는 시들도 있습니다. 이 44편은 과거 자신들의 조상이 겪은 하나님 경험을 토대로 시작합니다. 현재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서 그들은 과거와는 반대로 현재 고통 받고 있는 자신들의 상황을 하나님께 호소합니다. 심지어 원망도 합니다. 이들의 신앙의 자리는 현재이고, 지금, 여기에 하나님이 잠들어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무능력 하고, 고통을 더 적나라하게 느끼고, 이 죽음의 현실에서 ‘잠들어 계시는’ 하나님께 깨어나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탄식은 마지막에 이 시편 기자에게 미래를 하나님께 맡기고, 희망을 줍니다. ‘일어나십시오, 우리를 어서 도와주십시오. 주님의 한결같은 사랑으로, 우리를 구하여 주십시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의 신앙]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의 마지막 소망은 다시 하나님을 향합니다. 직접적으로 겪는 자신들의 고통이 하나님을 신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암시할 때, 하나님의 사랑을 요청하는 것은 무모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사랑에 뜻을 두고, 계속 하나님을 의지하고 기도해야한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자신들의 구원의 희망은 여전히 하나님의 한결같은 사랑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편 기자의 신앙은 연약하거나 마지못해 따라가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무조건적인 복종을 원하는 신이고, 그런 신을 믿는 사람이라면, 오늘 이 시편과 같은 기도를 드릴 수 없을 것입니다. 아마 고대 근동 신들 중에 이렇게 탄원과 저항하며 신과 대화하는 기도는 하나님뿐일 것입니다.

우리 역시 그런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로서 우리의 신앙을 돌아봐야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하나님과 적극적 상호 관계를 갖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하나님께 다 맡기고 하나님이 다 해주시기를 원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반대로 내가 하나님의 뜻을 다 아는 것 마냥 살아가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공동체의 일]

하나님이 택한 지도자 모세는 자신에게만 주어진 권력을 움켜쥐지 않습니다. 모세는 ‘당신들을 지도할 책임을 나 혼자서 질 수 없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을 한 이후,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하셨던 약속처럼 하나님께서 백성의 수를 하늘의 별처럼 많아지게 하셨습니다. 사람의 수가 늘어나면서 해결해야하는 문제도 많아졌습니다. 지금껏 사람들 간 시비와 공동체의 괴로운 일, 힘든 일을 모세가 홀로 처리해왔습니다. 공동체에서 한명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구도는 그 지도자에게 강한 힘이 부여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집트를 떠나면서부터 하나님의 뜻의 중재자로서 백성을 이끄는 모세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의존했습니다. 그런데 모세는 각 지파에서 지혜와 지식이 있고 인정받는 자들을 뽑으라고 말합니다. 그들을 지도자로 세우겠다고 합니다. 또한 이 지도자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공평한 재판입니다. 이는 이스라엘 백성이 탈출했던 이집트라는 대제국이 다스리던 방식과는 전혀 다릅니다. 파라오의 말이 곧 신의 말이고, 그것이 곧 법이었던 곳, 그렇기에 불평도 불만도 없이, 명령에 생각 따위는 없이 행동하기만 했던 이집트에서만 살아서 탈출한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전혀 생각해볼 수 없던 방법입니다.

모세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합니다. ‘당신들을 지도할 책임을 나 혼자서 질 수 없습니다.’ 모세는 자기가 아니면 아무 일도 안 되므로, 자기가 모든 일을 해야 한다고 착각하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나누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요청합니다. 여기 있는 사람 중에 각 지파마다 그들을 지도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모세는 자신의 일을 나눔으로 의존할 수 있는 지도자를 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모세가 다른 사람을 의지하지 않고, 홀로 모든 일을 감당했다면, 지쳐 쓰러져 아무런 일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모세를 위대한 지도자인 이유는 자신이 모든 것을 해내며, 단독적으로 공동체를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음에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를 이끌어 가는데 있어서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다른 사람에게서 능력을 보며, 지도자로서 그 능력이 잘 발휘 될 수 있도록 해주어야합니다. 그리고 모두가 그런 능력을 가지도록 노력해야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속한 이 공동체 사람 모두가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포도나무는 무엇으로부터 포도나무가 되는가]

오늘 요한복음서 본문은 예수님과 우리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자신은 포도나무이고 우리는 가지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가지는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가지는 나무에 붙어 있으면서 영양분을 잘 받아서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그러지 못하는 가지는 나무에 붙어있지 못하고 떨어집니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아니하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너희도 내 안에 머물러 있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기에 예수님을 떠나서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예수님은 포도나무이고, 사람은 가지입니다. 5절처럼 사람이 내 안에 머물러 있고, 내가 그 안에 머물러 있으면 그 사람은 열매를 많이 맺습니다. 포도나무와 가지의 관계를 잘 보면 붙어 있어야 하는 것은 한쪽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포도나무와 가지의 관계는 상호 관계적이고 의존적입니다. 포도나무와 가지는 서로에게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 가지는 포도나무에 붙어있어야 열매를 맺을 수 있고, 포도나무는 가지를 통해서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포도나무는 가지 없이 열매를 맺을 수 없고, 아무런 열매를 맺을 수 없다면 그 나무는 온전한 포도나무가 될 수 없습니다. 가지에게 나무가 필요하듯이 나무 역시 가지가 필요한 것이지요. 이렇게 포도나무와 가지는 서로를 의지해야만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나무는 땅으로부터 얻은 영양분을 가지에게 잘 전달하고, 가지는 나무로부터 얻은 영양분으로 좋은 포도를 맺어서 이 나무가 포도나무임을 드러내야합니다.

예수님께서 자신을 포도나무라고 하고 우리를 가지라고 하신 것처럼 예수님과 그리스도인과의 관계도 포도나무와 가지의 관계와 같습니다. 우리는 예수님께 붙어 있어서 예수님께서 삶을 통해 보여주신 모습을 가지고 우리의 삶에서 열매를 많이 맺음으로 예수님의 삶을 잘 보여줘야 합니다. 또한 열매를 많이 맺음으로 하나님의 영광도 드러내야합니다. 만약 우리가 예수님께 붙어있지 않아서 우리의 삶과 행동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좋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면 우리는 예수님도 하나님도 세상에 드러낼 수 없습니다. 물론 하나님은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든 그 뜻을 세상에 드러내시겠지만, 그리스도인의 삶에서는 예수님도, 하나님도 찾아볼 수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자신에게 붙어있어서 자신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이뤄가기를 원하십니다. 지금, 여기에는 예수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열매를 맺으려면 포도나무와 가지는 서로 의지해야합니다.

아빌라 데레사의 짧은 글을 읽어드리고자 합니다.

“그리스도는 이제 몸이 없습니다, 당신의 몸밖에는. 
그분에게는 손이 없습니다. 당신의 손밖에는. 
그분에게는 발이 없습니다, 우리의 발밖에는.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눈을 통하여 
연민 가득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십니다. 
그분은 우리의 발로 뛰어다니시며 선을 행하십니다. 
그분은 지금 우리의 손으로 우리를 축복하고 계십니다.”

생명사랑교우 여러분, 포도나무이신 예수님께 붙어 있어서, 그분이 우리를 통해 이 세상을 바라고, 선을 행하시며, 우리를 축복하기를 바랍니다. 포도나무와 가지처럼, 하나님과 사람의 관계처럼 서로가 의지하고 소통 해야함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다함께 기도하겠습니다.

만물을 지으신 하나님,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상호 소통하도록 만드셨습니다. 그리고 서로를 의지하고 함께 가는 공동체로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몸소 삶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주신 것처럼 우리 역시 그런 예수님을 통하여 열매를 맺게 하여 주십시오. 우리를 통하여 예수님이 일하도록 하여 주십시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존재가 포도나무와 가지처럼 서로 의존하고 소통하는 삶을 살게 하여 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