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Description
[송실 전도사] 주님께서는 항상 – 2020년 12월 13일
여호수아서 24장 1-15절, 시편 138편 1-8절, 사도행전 7장 1-4절
맞잡은 두 손, 서로를 향한 얼굴에 피어나는 미소와 따듯한 인사, 익살스러운 농담과 짓궂은 장난들, 한쪽에서는 서로의 소리를 맞추며 화음을 만들어 내고, 한쪽에서는 경쾌한 리듬에 맞춰 아이들이 춤을 춥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다리며 기념하는 대림절을 보냈던 기억 속의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이젠 너무도 당연히 착용하고 다니는 마스크와 비대면 영상만남, 심지어 깊게 들이마시면 허파를 차갑게 채워주던 공기마저 그리워지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너무나 익숙했던 모든 일상들이 낯선 것들이 되어버리고 걱정과 불안은 우리의 주변을 맴돕니다.
코로나 19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지금,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인내의 시간으로 보내야 할 때입니다. 그렇다고 우리의 마음까지 걱정과 불안으로 물들이면 안 되겠습니다. 처음 맞는 코로나 대림절, 비록 우리 기억 속의 그 따듯함과 설렘 가득했던 시간으로 보낼 수는 없지만, 조용히 우리를 돌아보는 의미있는 시간으로 보내시기를 소망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다리며, 고요히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빛을 밝히는 시간으로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항상 상냥하고 귀엽습니다. 교과성적도 우수합니다. 칭찬해주십시오.”
“쾌활하고 명랑한 성품에 놀기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방학 동안에는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세요.”
누군가의 초등학교 1학년과 4학년, 가정통지문의 내용입니다. 앨범을 정리하다 쏟아져 나온 어린 시절 사진들과 통지문, 상장, 반성문, 성적표까지. 내용들을 한참 들여다보다 웃기도 하고 심각해지기도 합니다. 그 누군가는 여전히 놀기를 좋아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 역시도 기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어린 시절의 흔적들을 보며 회상에 젖어보신 기억들이 있으실 겁니다. 성인이 되어서 본, 어린 시절의 모습을 통해, 해결하지 못한 고민의 원인을 찾기도 하고, 자신이 살아온 흔적을 돌아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의 흔적들은 의외로 많은 정보와 깨달음을 줍니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흔적들은 작게는 누군가 한 개인의 역사자료가 됩니다. 또 개인들이 모여 공동체를 구성하고, 그 공동체의 흔적들이 쌓이면, 한 공동체의 역사자료가 됩니다. 계속 쌓이고 쌓인 크고 작은 흔적들과 기억들이 역사가 되어갑니다.
이런 크고 작은 흔적들은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느정도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때, 더욱 그러한 성향을 보입니다. 끊임없이 지금보다 나은 것들을 추구하며, 미래지향적인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 역사라는 거울이 분명 필요합니다. 잘못을 수정하기도 하고, 잊고 살던 중요한 포인트를 찾아낼 때도 있을 테니까요
오늘 함께 나눈 여호수아 24장에는 여호수아의 마지막 당부가 사도행전에는 스데반의 설교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호수아 24장은 가나안 땅에 정착한 이스라엘 백성을 세겜으로 불러모은 여호수아가 마지막으로 백성들에 당부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여호수아는 모인 백성들을 향해서 아브라함으로부터 시작하여 가나안 땅에 정착할 때까지의 여정을 전하고 있습니다.
가나안 땅에 정착한 이스라엘 민족은 생활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불안했던 방랑생활을 벗어나, 땅을 분배받고, 정착하여 땅을 경작하며 수확을 거둬들이는 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정착 생활과 함께 가나안 토착 민족들이 가지고 있던 사회·문화적인 요소들이 이스라엘 민족의 삶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가나안 땅 정착은 이스라엘 민족의 삶에 있어 변화를 가져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삶의 변화를 겪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여호수아는 아브라함부터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다시금 들려주고 있는 것입니다. 풍요로운 땅에서의 안정된 생활이 가져온 변화를 막을 방법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호수아가 지금까지의 역사를 백성들에게 들려주며 촉구하고 있는 것. 그것은 이스라엘 백성의 삶과 문화가 발전, 변화하였지만 여전히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민족의 삶의 중심에는 하나님이 계셨고, 하나님의 인도하심 있었음을 말합니다. 가나안 정착이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하신 약속의 성취라 말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여정에 항상 함께 계셨으며, 고통의 순간 그들의 울부짖음을 들으셨고, 은혜를 베풀어주셨습니다. 여호수아는 나와 내 집안은 주님만을 섬길 것이라는 고백과 함께 백성들에게 촉구와 결단을 요구합니다.
사도행전에 기록된 스데반의 설교는 산헤드린 의회, 유대지도자들을 향한 비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데반은 하나님을 모독하고 율법에 저항했다는 거짓교사와 모함을 받아 산헤드린의회에 끌려가 심문을 당하면서도 유대교 지도자들의 잘못을 지적하였습니다. 유대교 지도자들이 율법에만 사로잡혀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것을 보며, 이스라엘의 역사 속의 중요한 인물들의 사건을 중심으로 그의 주장을 펼쳐나갑니다. 그 중심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있으며, 이스라엘 역사는 하나님의 구속사의 역사라는 것을 상기시키면서, 위선 속에서 율법만을 강조하는 유대교 지도자들에 대한 날선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여호수아는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당부와 촉구를 스데반은 위선과 율법에 사로잡혀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유대 지도자들을 향한 비판을.. 여호수아와 스데반 모두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를 돌이켜보면서 그들의 주장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호수아는 새로운 계약 갱신을 통한 민족의 미래를 꿈꾸고 나가기 위한 제시의 과정으로, 스데반은 자기 만족감과 위선에 그들의 역사를 이용한 유대 지도자들을 향해 역으로 조상들의 역사를 사용하였습니다. 사뭇 다른 방향성이지만 여호수아와 스데반이 공통적으로 이스라엘의 역사를 언급하면서 다루고자 했던 내용은 같은 방향이었던 것 같습니다. 바로 하나님의 약속과 함께 하심입니다. 여호수아는 모든 과정에 함께 하신 하나님을 확실하게 고백하고 있고, 스데반 역시 하나님은 약속을 저버리지 아니하시고 지켜왔다는 것을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약속을 저버린 행위를 한 것은 그들의 조상들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약속 실행과 은혜를 강조합니다.
돌이켜보면 이스라엘 민족의 지나온 삶은 하나님의 인도와 사랑 없이는 설명할 수도 없고, 이야기할 수도 없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를 넘어 많은 이들에게 전파되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까지 전해지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의 본문들은 하나님의 은혜와 약속을 지키심을 강조하면서, 삶 가운데 하나님께서 함께라는 것을 말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때때로 많은 것들을 놓치곤 합니다. 한숨 돌릴 여력도 없이, 쫓아가기에 정신없을 때도 너무 많습니다. 흐름에 편승해서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무감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우울감 또는 무기력으로 찾아오기도 합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이러한 증상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을 겪을 때, 깊이 숨을 내쉬고, 여유와 자기 돌봄, 돌아봄의 시간을 가지라고 합니다. 달려왔던 자신의 여정을 돌아보면서 위로를 얻고 다시 재도약 할 수 있는 힘을 얻는 과정을 가질 것을 말합니다. 우리의 신앙생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울감과 무기력은 우리의 신앙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우리의 중심에 있던 중요한 무언가를 잃고 맙니다. 그러한 순간이 왔을 때, 그동안 내가 걸어온 흔적들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잠시 멈춰서서 지나온 나의 시간들과 흔적들을 돌이켜 볼 때, 우리 안에서 함께 하고 계신 이의 흔적을 발견하게 됩니다. 외롭고 어두웠던 순간을 이겨낼 빛이 되어주고 슬픔의 순간 위로를, 지쳤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시는 이의 흔적을 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나의 여정에 함께 하고 계신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시편 138편의 기자는 고난을 겪는 중에 하나님께 간구하였고 하나님께서는 그의 울부짖음에 응답하여 주셨다고 고백합니다. 그 응답에 기자는 감사의 노래를 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하나님의 응답과 도우심의 경험은 어떠한 고난과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강한 힘과 신뢰가 되었습니다. 이 시편 기자에게 있어서 고난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언제나 응답하시고, 결국에 도와주실 것을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고난 중에 하나님과의 관계를 경험한 사람의 영혼은 그 무엇보다도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시편 기자는 담대하게 확신과 신뢰로 하나님을 향한 감사의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처음 눈을 밟은 자리는 아무리 눈이 쌓여도 그 안에 발자국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가장 나중에 녹고, 눈을 쓸어내려도 그 모양만큼은 얼음으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자기를 돌아보고, 걸어온 길을 바라보며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 흔적을 찾고자 할 때, 눈 가장 안쪽에 남아있는 발자국처럼 그 흔적을 언젠가는 찾게 될 것입니다, 우리를 향하신 사랑 앞에서,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모든 노력은 거룩합니다. 그렇기에 이 흔적들을 찾아가는 과정이 모두가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 역시 시편기자의 고백처럼 우리 여정에 함께 계신 하나님의 흔적을 만나게 됩니다. 함께 하신다는 믿음이 확신이 될 때, 어려움을 극복해나가고 이겨낼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편기자의 노래는 곧 우리들의 노래가 될 것입니다.
코로나 19로 힘든 시기, 서로에 대한 그리움과 만남의 아쉬움을 잠시 접어두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통해, 나의 여정, 나의 역사 속에서 함께 하셨던 하나님의 흔적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그 흔적과 마주할 때, 이 어려운 시기를 잘 인내하며 이겨낼 확신이 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대림절 절기를 보내며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고대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더불어 생명사랑교회는 설렘과 벅찬 감동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과 기다림입니다. 새로운 공간에서 채워나갈 이야기들과 만남들쌓아갈 사랑과 기록에 대한 기대일 것입니다. 그 동안 생명사랑교회가 걸어온 시간을 돌아보기에도 참 적절한 시기 같습니다. 예수를 그리스도를 고백하는 신앙인의 한사람으로서, 한 믿음, 한 신앙을 고백하는 공동체로서 함께 걸어온 시간들, 흔적들을 돌아보면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생명사랑교회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기뻤던 순간 함께 기뻐하고, 힘들었던 순간을 함께 이겨내며, 슬플 때 서로 위로하고, 서로에게 의미가 되어주었던 순간들이 많으실 거라 여겨집니다. 교회의 역사를 돌아보고, 함께 걸어온 흔적들을 통해서 주는 감동과 기쁨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생명사랑교회의 여정에 함께 동행하신 하나님의 흔적들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 과정을 통해서 하나님께 받은 특별한 축복들을 생각할 때, 감사의 마음이 더욱 자라날 것입니다. 자라난 감사의 마음은 우리 안에 사랑의 불을 켜줍니다. 하나, 둘 쌓인 기억들과 함께 사랑의 불을 마음에 품고 설렘과 기대를 가지고 대림절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기도하겠습니다.
주님, 기다림의 계절. 우리의 시간에 함께 하신 주님의 흔적을 발견하게 하옵소서. 당신을 향한 신뢰와 확신으로 나아가게 하옵소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생명사랑교회가 주님의 사랑 안에서 함께 걸어가는 공동체가 되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