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Description
“바람과 불”
오순절이 되어서, 그들은 모두 한 곳에 모여 있었다. 그 때에 갑자기 하늘에서 세찬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그들이 앉아 있는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불길이 솟아오를 때 혓바닥처럼 갈라지는 것 같은 혀들이 그들에게 나타나더니, 각 사람 위에 내려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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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인류에게 바람과 불은 가장 신비한 자연현상 중에 하나였을 것입니다. 요한복음에 나오듯이 바람은 불고 싶은 대로 붑니다. 소리는 들려도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습니다(3:8). 그래서 신기합니다. 또한 불은 땅으로 끌어당기는 중력의 법칙을 어기고 언제나 하늘로 솟아오르는 유일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신기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바람과 불은 늘 하나님의 숨결이거나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합니다.
예루살렘 어느 골목 다락방에 모여 기도하던 120명의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바람이 불어옵니다. 거역할 수 없는 세찬 바람이 집안 가득합니다. 태초의 인류에게 불어 넣었던 그 생기의 바람이 새 시대를 여는 사람들에게 불어온 것입니다. 그래서 거기 모인 각 사람들 마음속 불씨가 되살아나고, 하늘을 향한 열정이 다시 타오릅니다.
예루살렘은 예수를 죽인 도시입니다. 예언자를 죽이고 이제 하나님의 아들마저 로마의 형틀에 매단 곳입니다. 제자들은 스승을 배신하고 도망해야 했던 부끄러움과 수치의 장소였습니다. 실패의 상처가 아물지도 않았지만 뿌리로부터 부패했던 그 도시에서 희망을 되살리려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성령 세례를 받을 것이라는 스승의 약속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거기에 하늘의 영이 내립니다. 교회가 탄생합니다. 예수님의 초대에 그물과 배를 버리고, 사람을 낚는 어부로 거듭났던 갈릴리의 기억을 간직한 채, 절망의 땅에 생명의 씨앗을 뿌립니다. 교회는 그렇게 태어났습니다.
기도 : 생명의 영이신 하나님! 언제나 인간의 모든 예측을 뛰어넘으시는 하나님! 오늘 이 땅에도 주님의 숨결을 다시 한번 불어 넣어 주소서. 교회가 주님을 향한 열정을 다시금 불태우게 하소서. 어둠이 아니라 빛을, 절망과 불안이 아니라 희망과 담대함을 회복하게 하여 주소서. 그러나 빛이 되기 위해 때로 깜깜한 곳에서 숙성의 시간이 필요함을 깨닫게 하소서.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에 함께 할 때만이 생명의 면류관을 얻는 영광에 동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하소서. 주님의 거룩한 영으로 세우신 교회 안에서 우리들의 신앙을 양육하시고, 주님의 사랑으로 살게 하신 것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교회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으로 거듭나도록 우리의 영을 새롭게 하소서.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