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Description
글: 한문덕 목사
목소리: 정현주 집사
반주: 박지형 집사
48. 장자권에 대한 야곱의 투쟁
한 번은 야곱이 죽을 끓이고 있는데, 에서가 허기진 채 들에서 돌아와서, 야곱에게 말하였다. “그 붉은 죽을 좀 빨리 먹자. 배가 고파 죽겠다.” 에서가 ‘붉은’ 죽을 먹고 싶어 하였다고 해서, 에서를 에돔이라고도 한다. 야곱이 대답하였다. “형은 먼저, 형이 가진 맏아들의 권리를 나에게 파시오.” 에서가 말하였다. “이것 봐라. 나는 지금 죽을 지경이다. 지금 나에게 맏아들의 권리가 뭐 그리 대단한 거냐?” 야곱이 말하였다. “나에게 맹세부터 하시오.” 그러자 에서가 야곱에게 맏아들의 권리를 판다고 맹세하였다. 야곱이 빵과 팥죽 얼마를 에서에게 주니, 에서가 먹고 마시고, 일어나서 나갔다. 에서는 이와 같이 맏아들의 권리를 가볍게 여겼다. (창세 25: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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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아들을 중심으로 가계를 이어가는 고대 사회에서 장자권은 결정적인 기득권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약의 율법은 맏아들에게 다른 형제들보다 두 배의 유산을 물려주도록 합니다(신명기 21장 17절). 사라와 하갈의 갈등에서도 보았지만 장자권은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단순히 유산 상속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모든 면에서 우선권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장자권이었고, 이것은 거역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을 통해서, 또 이후의 야곱의 행동을 보면 계속해서 형을 속이고, 아버지도 속이며 장자권을 쟁취하려고 합니다. 팥죽 한 그릇에 장자권을 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맹세를 한다고 해서 형이 동생이 되고, 동생이 형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성경은 에서가 장자권을 가볍게 여겼다고 서술하지만, 에서는 동생이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이 장자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확신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야곱이 떠난 뒤 에서는 맏아들의 권리를 그대로 물려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야곱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하나님으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고, ‘하나님과 겨루어 이긴 자’라는 별명 이스라엘을 획득하게 됩니다(창세 32:28). 요람 하조니는 [구약성서로 철학하기]라는 책에서 구약성서가 제시하는 윤리학은 양치기의 윤리학이며, 양치기의 윤리학은 주어진 운명에 따라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제 노력과 비전으로 새로운 모험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야곱은 바로 이런 모형의 대표적인 사람입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둘째가 곧 꼴찌일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주저앉지 않았습니다. 그는 끝까지 투쟁하였고, 약삭빠르고 기민하게 행동하였습니다. 방법이 옳지 않았다고 그를 비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투쟁 때문에 기울어진 운동장의 현실을 보게 됩니다. 약자에 대한 우선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는 것입니다.
기도 : 사회적 약자에게 먼저 눈길을 주시는 하나님! 우리가 좀 더 평등한 세상을 위해 투쟁하게 하소서. 힘 있는 자의 불의에 눈감지 말고, 그들의 위력에 겁내지 않게 하소서.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일에 매진하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