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Description

글: 한문덕 목사

목소리: 박혜승 성도

반주: 박지형 집사

31. 마음의 할례

바로 그 날에 아브라함은, 자기 아들 이스마엘과, 집에서 태어난 모든 종과, 돈을 주고 사온 모든 종 곧 자기 집안의 모든 남자와 함께, 하나님이 말씀하신 대로, 포피를 베어서 할례를 받았다.(창세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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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사회에서 할례는 몽고족과 인도-게르만족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에서 행해지던 고대 관습 중 하나입니다. 민족에 따라 그 뜻은 달랐습니다. 위생의 차원에서, 성인식이나 혼인 의식과 관련하여 실시하기도 하고, 번식을 방해하려는 마귀의 세력을 막는다는 주술적인 차원에서도 할례는 행해졌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처럼 옛 이스라엘에서 할례는 하나님과 맺은 언약의 표이자, 또 아무개가 하나님의 백성에 소속되었음을 알 수 있는 표라는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아브라함은 99세에 할례를 했지만, 대다수의 이스라엘 남성은 생후 8일 만에 할례를 실시함으로써 자신의 삶 전체가 하나님께 바쳐졌음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할례가 이스라엘 신앙의 중심 요소로 자리 잡은 것은 바벨론 포로기 이후입니다. 유다의 멸망으로 정치사회적 붕괴를 겪고, 대대로 내려오는 신앙 전통의 위기에 처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공동체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단결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할례에 큰 의미를 두었고, 하나님과의 언약의 표로 확정하게 된 것입니다. 이후 할례는 유대인의 정체성이 흔들릴 때마다, 특히 헬레니즘 시대의 박해 속에서 자신의 신앙을 지키는 매우 중요한 상징이 됩니다. 한편 이스라엘의 할례는 여성들에게는 행하지 않았기에 그 자체로 가부장적 사회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또 하나님은 겉모양으로만 하는 할례뿐만 아니라 인간 내면의 변화를 겨냥하는 ‘마음의 할례’도 요청하십니다(신명 10:16, 30:6, 골로 2:11 참조). 현대 사회에서 할례는 더 이상 신앙의 표지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신앙인의 표지가 될 수 있을까요? 그리스도인이라고 자신을 드러낼 때, 비그리스도인과 구별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리스도인들이 비그리스도인들과 달리 더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은 무엇이며, 그것을 위해 살아가는 삶은 어떤 구체적인 실천으로 드러날까요? 할례는 눈에 띄는 것이었고, 그것으로 인해 죽음을 당하기도 하고, 조롱과 모욕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그런 결단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기도 : 사랑과 생명의 하나님, 우리의 삶에서 주님의 형상과 능력이 드러나게 하여 주소서. 생명과 평화의 사도가 되어, 불의에 맞서 싸우는 자가 되게 하여 주소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눈물 가운데 거하시는 당신의 곁에 우리가 언제나 함께 있게 하여 주소서.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며 참 자유와 깊은 사랑의 결기를 보여 주셨던 예수를 따르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