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한문덕 목사

– 목소리: 김은숙 권사

– 반주: 박지형 집사

12. 핑계

하나님이 물으셨다. “네가 벗은 몸이라고, 누가 일러주더냐? 내가 너더러 먹지 말라고 한 그 나무의 열매를, 네가 먹었느냐?”그 남자는 핑계를 대었다. “하나님께서 저와 함께 살라고 짝지어 주신 여자, 그 여자가 그 나무의 열매를 저에게 주기에, 제가 그것을 먹었습니다.” 주 하나님이 그 여자에게 물으셨다. “너는 어쩌다가 이런 일을 저질렀느냐?” 여자도 핑계를 대었다. “뱀이 저를 꾀어서 먹었습니다.” (창세 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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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한 선악과를 먹은 아담과 하와 두 사람은 주 하나님이 동산을 거니시는 소리를 듣고 그의 낯을 피하여 나무 사이에 숨습니다. 하나님은 이 사람들을 찾아내셨고, 아담에게 왜 자신을 피하여 숨었는지를 묻습니다. “먹지 말라고 한 나무의 열매를 먹었느냐?”는 질문에 아담은 하와를 탓하고, 하와는 뱀에게 책임을 떠넘깁니다. 오늘 이야기에서 우리는 무슨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요? 첫째 인간은 환경과 상황, 관계에 의해 얼마든지 바뀌고, 실수하고, 잘못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하기에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말로 사유하는 인간을 높이 치켜세웠지만, 이 말을 먼저 하였던 아우구스티누스는 “나는 실수하기에 존재한다.”(Fallor, ergo sum)라는 말도 했습니다. 영어 속담에는 “실수 하는 것은 사람이고 용서하시는 분은 신이시다.”(To error is human, to forgive Divine.)라는 말이 있습니다. 1971년 스탠포드 대학의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인간이 왜 반사회적으로 행동하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교도소 실험(『루시퍼 이펙트』참조)을 합니다. 이 유명한 실험을 통해 사람의 반인간적, 반사회적 행위는 한 개인의 나쁜 성격 때문만이 아니라, 그 사람이 처한 상황과 그 상황을 작동시키는 사회 전체 시스템이 함께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주체적 존재로 책임 있게 행동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아담이 하나님의 말씀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엄중한 명령으로 여겨 굳게 지키려고 했다면 하와가 주었을 때 먹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나님처럼 되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하와 또한 뱀이 유혹했을 때 넘어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핑계를 용납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다 아담이나 하와처럼 행동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행실은 결국 자신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니 핑계 대는 버릇은 빨리 고쳐야 합니다. 자신의 잘못을 남의 잘못으로 떠넘긴다 해도, 잘못으로 인한 고통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계속 닥칠 것입니다. 논어의 한 구절이 떠오르네요. “실수하거든 고치기를 꺼리지 마라!”(過則勿憚改!) 기도 : 하나님, 우리가 잘못했을 때 정직하게 인정하고 고쳐나가는 사람이 되게 하여 주소서. 핑계나 변명 따위는 하지 않게 하여 주소서. 그렇게 책임지는 존재로 살게 하여 주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