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Description

88. “와서 아침을 먹어라.” 그들이 땅에 올라와서 보니, 숯불을 피워 놓았는데, 그 위에 생선이 놓여 있고, 빵도 있었다. ~~~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와서 아침을 먹어라.” 제자들 가운데서 아무도 감히 “선생님은 누구십니까?” 하고 묻는 사람이 없었다. 예수께서 가까이 오셔서, 빵을 집어서 그들에게 주시고, 이와 같이 생선도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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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하신 예수께서 제자들을 찾아 오셔서 밥상을 차려주고 밥을 먹여 주십니다. 빵과 생선을 주시는 장면이 마치 오병이어의 기적을 다시 보는 듯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으로 제자들은 모든 희망을 잃고 갈릴리 바다로 되돌아갔습니다.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겠다는 비전도 모두 상실했습니다. 축 처진 어깨,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린 꿈, 마지못해 다시 바다에 그물을 던지고 있는 제자들을 예수님이 다시 찾으십니다.

그리고 아침밥을 차려 주십니다. 십자가 처형 전 마지막으로 주님과 식탁에 마주 앉은 때는 저녁이었습니다. 고대 인류는 아침은 잘 먹지 않았습니다. 점심(點心)도 허기진 것만 가시게 그야말로 간단히 먹었기에, 저녁이야말로 잘 차려놓고 긴 시간을 할애해서 제대로 먹는 식사다운 식사였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오늘 아침밥상을 차려 주십니다. 밤의 아들이 아니라 빛의 아들로 한낮을 살아가야 하는 제자들(요 12:35)에게 힘을 주시기 위함입니다.

한 번의 실수나 실패는 별 거 아니라고! 괜찮다고! 내가 네 안에서 늘 함께 하겠다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예수님은 그렇게 온 몸으로 웅변하시는 거지요!

매 주일은 작은 부활절이라 불립니다. 주일을 보내는 우리는 언제나 새롭게 한 주를 시작합니다. 부활하셔서 우리에게 힘을 주시는 우리 주님과 함께 희망찬 걸음을 걸을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기운 내라고 차려 주신 아침밥 든든히 먹고, 세상으로 당당하게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스도교는 부활의 종교이고, 어떤 어둠도 세상의 빛인 우리를 이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도 : 긴 어둠의 세력, 죽음을 극복하시고 절망과 좌절에 쌓인 제자들을 찾아오신 주님! 다시 시작하자고, 갈릴리 바다! 새로운 비전을 품었던 그곳에서 첫 걸음 뗀 것처럼 다시 한 번 해 보시자고 우리에게 용기를 주시니 감사합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와 언제나 함께 하실 줄 믿습니다. 그래서 이 험하고 불의한 세상을 넉넉히 이겨나갈 줄 믿습니다. 이 한 주간도 당신의 자녀로, 소금과 빛으로 살아 보겠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