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Description

  1. 하늘이 땅이고, 땅이 하늘이다.

야곱이 브엘세바를 떠나서, 하란으로 가다가, 어떤 곳에 이르렀을 때에, 해가 저물었으므로, 거기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다. 그는 돌 하나를 주워서 베개로 삼고, 거기에 누워서 자다가, 꿈을 꾸었다. 그가 보니, 땅에 층계가 있고, 그 꼭대기가 하늘에 닿아 있고, 하나님의 천사들이 그 층계를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었다. (창세 28: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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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권을 쟁취하려던 모든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고 야곱은 완전히 홀로 남아 떠돌이 신세가 됩니다. 엄마와 짜고 아버지와 형을 속여 축복의 약속을 얻어냈지만, 지금은 망망대해, 끝없는 광야 한복판에서 돌베개에 의지하여 추운 밤을 보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약속이란 상대가 있는 것이고, 축복을 얻기 위해 야곱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적막한 밤, 쓸쓸함과 두려움이 음습해 오는 그 자리에서 야곱은 꿈을 꿉니다. 땅에 층계가 있고 꼭대기가 하늘에 닿아 있으며, 하나님의 천사들이 그 층계를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는 것을 봅니다. 이 꿈은 하늘과 땅의 만남을 상징하고 있으며 야곱에게는 큰 징표가 됩니다.

고대는 철저한 계급사회였고, 각각의 신분은 절대로 뛰어 넘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떤 집안과 계층에 태어나느냐에 따라 운명과 삶이 결정되었습니다. 하늘은 하늘이고, 땅은 땅이었던 것입니다.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길은 거의 불가능하였기에, 땅과 하늘을 이어준다는 사제의 힘은 막강하였습니다. 그래서 고대의 모든 종교권력자들은 상당한 정치권력을 소유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야곱의 꿈은 땅과 하늘이 이어져 있음을, 누구나 그곳을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오늘 본문은 사실 땅과 하늘은 하나라는 것을 암시합니다. 땅에서도 얼마든지 하늘을 누릴 수 있고, 하늘에서도 땅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장자(長子)이냐, 차자(次子)이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구분과 분열을 넘어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곳은 거대한 신전이라든가 신의 안식처로 여겨지던 지구라트라든가 하는 거룩한 장소를 따로 둘 필요가 없음을 말합니다. 돌베개 하나 베고 누워 있는 그 자리에서도 하늘을 만날 수 있음을 오늘 성서 본문은 말합니다.

고대에 꿈은 신의 계시로 여겨졌습니다. 야곱의 꿈은 언제 어느 곳에서나 어떤 매개자 없이 하늘을 체험할 수 있고 하나님을 만날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다만 남겨진 과제는 눈을 크게 뜨고 마음을 활짝 열어서 그 숨결을 느낄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기도 : 하나님! 우리에게 지혜를 주소서. 밝은 눈을 주소서. 땅에서 하늘을 보고, 하늘에서는 땅을 만나게 하소서. 하늘만 쳐다보면서 땅의 현실을 잊어버리거나, 땅만 바라보면서 하늘의 품을 놓치는 일이 없게 하소서. 땅과 하늘을 이어준다면서 꼬이는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게 하시고, 하늘이 땅이고, 땅이 하늘임을 알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