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Description

글: 한문덕 목사

목소리: 한문덕 목사

반주: 박지형 집사

25. 흩어져야 하는 공동체

처음에 세상에는 언어가 하나뿐이어서, 모두가 같은 말을 썼다. 사람들이 동쪽에서 이동하여 오다가, 시날 땅 한 들판에 이르러서, 거기에 자리를 잡았다.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자, 벽돌을 빚어서, 단단히 구워내자,” 사람들은 돌 대신에 벽돌을 쓰고, 흙 대신에 역청을 썼다. 그들은 또 말하였다. “자, 도시를 세우고, 그 안에 탑을 쌓고서, 탑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의 이름을 날리고, 온 땅 위에 흩어지지 않게 하자.” 주님께서 사람들이 짓고 있는 도시와 탑을 보려고 내려오셨다. ~중략~ 주님께서 거기에서 그들을 온 땅으로 흩으셨다. (창세 11:1-5, 8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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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건국의 아버지이자 계몽주의 사상가인 벤자민 프랭클린은 1754년 5월 9일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펜실베니아 관보(Gazette)에 자신이 직접 그린 “Join, or Die”라는 제목의 정치 만화를 싣습니다. “함께 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이 말은 원래 나뉘어 있는 영국의 미국 식민지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었지만, 후에는 식민지가 영국 통치에 대항하여 연합하도록 권장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재활용되었습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말은 이승만 대통령이 해방 후 국민의 단결을 호소하며 잘 쓰던 말로 알려져 있지만, 민족통일에 애를 썼던 김규식 선생도 “합하면 살고 나뉘면 죽는다.”라는 말을 했고, 여운형 선생도 “합하면 일어서고 나누면 넘어진다.”(合則立 分則倒)고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승만은 좌우합작에 반대합니다. “한 나라가 갈라져서 서로 싸우면, 그 나라는 버틸 수 없다.”(마가 3:24)고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우리가 뭉치려고 할 때 무엇을 위해 뭉치는가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 성경 본문에 등장하는 인류는 하나님께 도전하는 방식으로 뭉치려고 합니다. 돌 대신 벽돌을, 흙 대신 역청으로 탑을 쌓아 하늘 꼭대기에 이르게 하고 자신들의 이름을 스스로 세상에 알리려고 합니다. 진보한 자신의 문명을 내세우며 흩어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 탑을 보려고 내려오셔야 했습니다(11:5). 인간이 아무리 높이 쌓아도 하나님 보시기에는 바다 위 한 척의 배처럼 보잘 것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인류를 흩어버립니다(11:8-9, 2번 강조!). 모이기에 힘쓰라(히 10:25)는 말이 있지만 동시에 흩어지기에도 힘써야 합니다. 교회는 함께 모이는 예배 공동체인 동시에 세상 구석구석으로 흩어지는 선교 공동체여야 합니다. 흩어지지 않고 모이려고만 할 때, 그리고 거기에 안주하여 제 힘으로 영원한 안정을 누리려고 할 때 모든 부패가 싹트는 것입니다. 기도 : 흩으시는 하나님! 자기 성(城)을 쌓고, 거기에 안주하는 자가 되지 않게 하소서. 소유한 것들로 존재의 정체성을 삼지 않게 하시고, 흩어져서 활동함으로써 생생한 삶이 이어지게 하소서. 교회 안마당뿐만 아니라 역사의 현장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체험하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