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두 가지 질문
주 하나님이 남자를 부르시며 물으셨다. “네가 어디에 있느냐?”(창세기 3:9) 주님께서 가인에게 물으셨다. “너의 아우 아벨이 어디에 있느냐?”(창세기 4:9)
동아시아의 명저 논어(論語)의 첫 두 구절은 이러합니다.
공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배우고 때에 맞춰 익히면 얼마나 기쁜가! 멀리서부터 뜻을 같이하는 벗들이 찾아오니 또한 얼마나 즐거운가!”
인생을 살면서 “어디에서 참된 기쁨을 느끼고, 마르지 않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가?” 곰곰이 생각해 보면 볼수록 자기성숙의 과정과 동지(同志)들과의 나눔의 시간 빼고 무엇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성경의 첫째 권 창세기에 창조주이신 하나님께서 자기 형상대로 빚은 인간에게 던지는 최초의 두 가지 질문 또한 우리의 일평생을 거쳐 되씹고 되씹어야 하는 물음입니다. “우리 자신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보다 먼저 존재한 모든 생명들 한 가운데, 우주와 지구의 역사 속에서 우리 인간의 자리는 어디인가? 자신을 성찰할 수 있고, 죽을 존재임을 아는 나는 어느 자리에 어떤 모습으로 서 있어야 하는가? 그래서 하나님이 물으십니다. “사람아! 네가 어디에 있느냐?”
이 물음에 이어지는 두번째 물음은 우리의 행위와 사유와 태도와 삶의 자세가 형제자매와 이웃을 향한 것이어야 함을 강력하게 요청합니다. “너의 형제자매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 “오늘 나에게”가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달라”고 기도하신 예수 그리스도처럼 우리는 관계 속에서만 존재하는 생명체입니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이웃과 함께, 자연과 더불어 살 수밖에 없고, 자신을 향한 성찰적 물음은 곧 타자를 위한 책임적 행위로 이어져야 합니다. 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하여, 나의 몸을 보호하기 위하여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를 묻는 물음(누가복음 12:22)이전에 우리는 자신의 피조물과 대화하시는 하나님의 물음에 먼저 삶으로 응답해야 합니다. 응답하는 이는 그의 삶 속에서 하나님의 대답을 들을 것이고, 그렇게 하나님의 딸/아들로 사는 이들은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를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자녀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 알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기도 : 하나님! 당신의 형상을 입은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게 하여 주소서. 당신이 창조하신 온 생명이 골고루 진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우리들의 이성을 잘 사용하게 하소서. 우리에게 주어진 권리와 맡겨진 책임을 회피하지 않도록 하소서. 죄가 문 앞에 도사리고 나를 덮치려고 할 때 주의 깊게 살피어 넘어지지 않게 하소서. 두 가지 질문을 통해 오늘 하루도 유혹에 넘어가지 않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