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4월26일 예배 기도문-채경숙장로
하나님,
아직도 낯설게만 느껴지는,
익숙하지 않은 모습으로 이 시간 주님께 예배를 드립니다.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이 다 지도록,
사순절과 주님 부활의 기쁨도 각자의 자리에서 보내야 했던 4월도 벌써 마지막 주가 되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미래가 예기치 않은 일로 우리에게 훌쩍 앞당겨진 지금, 너무 짧은 시간에 그 미래에 적응할 수밖에 없는 우리는 아직도 혼란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회는 중단 없이 예배를 드리고,
교육과 묵상 자료를 끊임없이 제공해 주시는 교역실의 수고 덕분에 안정된 신앙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러나 주님,
함께 뜨겁게 찬송하고, 울부짖으며 기도하고,
말씀 묵상을 공유하는 시간이 없어도,
우리의 신앙이 여전히 열정으로 가득할 수 있는지…
애찬을 나누며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지 못하고,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우리의 공동체성을 여전히 유지할 수 있을지,
그만큼의 거리가 생겨 마음도 멀어지지는 않을지,
몸의 편안함 때문에 조금씩 게을러지고,
그렇게 개인화된 신앙에 익숙해져서
<우리>를 생각하는 것이 불편해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됩니다.
섬김과 헌신이 멈추어 선 지금
진정 우리의 섬김과 헌신, 교회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신앙의 본질과 공동체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지난 부활절에 온 성도와 함께 나눈
<생명사랑가족 생활 지원금>은 돈의 가치로 따질 수 없는,
힘든 이 시간을 견디는 우리 모두에게 서로 위로하며 격려하는
초대 교회 공동체의 마음이었으며,
이 땅에 하나님의 뜻을 실현해보고자 하는
작지만 큰 첫걸음이었습니다.
우리의 이런 작은 도전들을 통해 교회가 가야 할 길을 앞서가는,
작지만 건강한 교회로 우뚝 선 듯합니다.
하나님,
우리 중에 누군가 견디기 어려운 고난 중에 있다면
힘든 땅을 보지 말고 긴 호흡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넉넉한 믿음을 주소서.
견딜만 하다면 더 어려운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며,
내가 가지고 있는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 떡 다섯 개를
내놓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주소서.
혹시 남는 것이 있다 하더라도,
이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추락하는 서민들의 아픔을 이용해서
더 많이 소유할 수있는 기회를 얻겠다는 유혹에 기웃거리는 그리스도인이 되지 않게 하옵소서.
이 절박함을 기회 삼아 또다시 사람이 아닌 돈이, 권력이
세상의 질서를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되지 않도록,
사람을 안식일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셨던 하나님의 뜻을 잊지 않게 하옵소서.
그러기 위해서 하나님의 말씀에 세심하게 귀 기울일 뿐 아니라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세심하게 귀 기울이도록 애쓰겠습니다.
우리 안에 있는 선한 마음을 믿고, 서로를 긍정하며,
때로 서툰 마음표현까지도 이해하고 인내하겠습니다.
이 고난의 시간이 우리에게 내리신 하나님의 재앙이 아니라
언제나 한결같이 우리에게 말씀하고 계시는
하나님의 그 뜻을 찾아가는 우리의 시간이며,
우리에게 주시는 축복의 시간이라 믿고.
온 국민과 더불어 잘 이겨낼 수 있도록 힘을 주시옵소서.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이든
우리가 드리는 이 예배가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는 예배이며,
주님께서 온전히 받아주시는 예배가 될 줄 믿습니다.
지금 우리의 고난을 가장 가슴 아프게 바라보시며,
우리에게 손 내밀고 계실
우리의 치료자이신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