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창조신앙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창세기 1:1)
창세기의 첫 구절은 우리를 신비(神祕)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우리는 태초를 알 수 없습니다. 시간이 시작된 그 순간의 천지가 어떠했는지 알 수 없으며, 하나님도 우리에게는 영원한 비밀입니다. 모든 존재자들은 존재하는 것에서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그리스 철학자들에게 무(無)로부터의 창조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듯이, 우리는 창조의 순간에 대해서 아무 것도 알 수 없고 그래서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성경은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고. 말할 수 없지만 말할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이 신앙입니다. 알 수 없어도, 아니 알 수 없기에 터져 나와야 하는 것! 매번 피어나지만 모름으로 가득한 곳, 거기가 바로 하나님 자리입니다.
창세기 1장 1절에서 우리는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해야만 했던 이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을 듣게 됩니다.
“하늘과 땅, 존재하는 모든 것의 터전이자 모든 생명의 근원은 인간이 아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모든 존재하는 것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
“인간이 태어날 때 모든 것이 이미 존재했다. 인간은 그 모든 것을 선물로 얻었고, 아무런 조건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아니 인간이 바로 거기로부터 탄생했다. 그러니 늘 감사해야 한다!”
“자기가 만든 것이 아니고 얻어 쓰는 것들이기에 늘 조심해야 한다. 모든 것을 아끼고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공짜로 얻었으니 조건 없이 줄 줄 알아야 한다.”
신을 추방하고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현대인들에게 오늘 성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기도 : 하나님! 우리가 세계의 비밀들을 하나씩 알아갈 때에도 겸손한 이가 되게 하소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날 때에도 늘 신중하고 조심하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할 줄 알고, 선물로 주어진 것들을 귀하게 쓰게 하소서. 거저 받은 것, 거저 주게 하소서. 말하면서도 늘 말할 수 없는 것들을 기억하게 하시고, 보면서도 보이지 않는 것들을 생각하게 하소서.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때로 침묵하게 하시고, 그러나 터져 나오는 것들에는 자신을 내어 맡기게도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